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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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 지상의 양식 · 새 양식 』

앙드레 지드 / 열린책들






나의 책이 너로 하여금

이 책 자체보다 너 자신에게

- 그 다음에는 너 자신보다

나머지 모든 것에 더 흥미를 갖도록 가르쳐 주기를.



예전에 어머니께서 투정을 부리는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어떻게 세상에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으며 좋은 것만 입을 수 있냐고... 그저 더 낮은 사람들을 보며 이만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등 따스한 방바닥에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욕심이 과하며 모든 것이 해가 될 것이라며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주 큰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진데 그것도 욕심이라 말하면 사는게 너무 적막할 것 같다고 말이다. 

놀라운 사실은 <지상의 양식 · 새 양식>을 만난다면 위에 언급한 문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마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입을 수 있는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 이 책을 통해 흐트러지며 사라질 것이니까...





<지상의 양식 · 새 양식>은 지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최대의 행복을 찾아 누리겠다는 여러가지 메세지를 남긴 비망록으로 독자에게 그야말로 주옥같은 긍정의 한 줄을 남겼다.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부정을 긍정으로 만들고 절망을 희망으로 되새겨 삶에 대한 자세를 새롭게 다짐하게 만드는데 무척이나 나른하고 황홀경에 빠질만한 글귀들을 그려낸다.

시인의 제자이며 예수의 제장 중 한명인 나타나엘에게 전하는 메세지로 세상으로부터의 유혹을 견제하기보다 자신의 경계에 맞게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방법들을 말해주는데 어쩌면 심신이 미약한 독자는 이 책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찰나의 생각도 하게 되었다는거...



어디를 가든, 너는 신을 만날 수밖에 없다 - 신.

메날크는 말하곤 했다.

《신은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라고.

나타나엘, 너는 지나가면서 바라보아야 한다.

어느 곳에서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덧없이 지나가 버리지 않는 것은 오직 신뿐임을 명심해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그것을 벌하는 데서 더 많은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진로의 불확실성으로 우리의 삶 전체를 괴롭히고...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서슴없이 벌하며 자신에게 더 가혹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상의 양식 · 새 양식>에선 세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지만 오직 신만큼은 자신의 앞에 머물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나의 시선 속에 중요한 것들을 담아내며 욕망의 충족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욕망으로 많은 것들이 사랑으로 타오르고 우리의 영혼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면 우리는 영혼보다 더 열렬히 타오르는 삶을 살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광야에서 느꼈던 기다림은 욕망에서 두려움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고 지쳤을즈음 하늘에서 머금은 뇌우조차도 장엄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거... 그러니 그런 기다림이 너에게 욕망이 아닌 마중하는 일이었음 좋겠다며 포근한 메세지를 끄적인다.

배고픔에 취하는 것에 대한 행위 또한 쾌락을 줄 것이며 쾌락이란 말이 삶의 동의어였음 좋겠다는 우려스런 소망의 메세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할 듯 하다. 매일의 밤이 지나면서 잠의 매력을 느낄것이며 햇볕이 내리쬐는 정원의 한가로운 휴식 또한 감미로운 인생의 증거일 것이라 말한다. 읽는내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비망록의 메세지는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이 책은 나른한 오후의 햇살과도 같은 책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앙드레 지드가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영원한 '탈주와 해방 참고서'라고 말했지만 책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도 얽매이기 싫어했던 자신이었기에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책을 던져버리라 경고의 말도 남겼다. 아마도 책 속에 드리워진 오아시스와도 같은 낙원의 양식이 이제는 나 자신을 향하도록 행하라는 메세지를 던진것이 아닐까...

긍정의 한 줄로 삶을 변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생각의 변화가 행동을 만들고, 긍정적인 변모를 통해 궁극적 삶이 행복을 향한다는걸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상의 양식 · 새 양식>은 마치 인생길을 안내하는 믿음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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