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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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허삼관 매혈기》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 원청 : 잃어버린 도시 』

위화 장편소설 / 푸른숲







이건 아직 시작도 시작되지 않고,

끝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내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잔잔하게 늘어지는 시간을 조심스레 잡아보았다. 운명대로 살되 삶의 희망을 놓지않으려 무던히도 애썼던 날들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 앙다문 입으로 성실히 살아왔던 날들을 되새겨 본다. 이 불행이 운명이라면 내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했고 희망이 없더라도 기회를 만들어보겠노라 다짐했던 나날...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더해져서 그럼에도 살만하다 느끼며 살고 있는 듯 하다.

<원청>의 회색빛 잔잔한 어둠을 보면서 그나마 밝은 곳을 찾으려는 나의 눈길에 아직은 희망을 보고 있구나~란 생각에 작은 미소를 짓게 된다. 이렇게나 두껍고 긴 여정을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끝나지도 않았음이 의미하는 것은 여전히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가 있기에 이런 메세지를 띄운건 아닐까 싶었다.








<원청>은 진시황 이래 군주제의 종말을 맞이했던 중국사의 근대적 소설로 1911년에 민주주의 혁명이었던 신해혁명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시대를 관통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위화의 중국소설은 출간한지 1년 만에 150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붙임말조차 필요치 않은 듯 하다. 

작년에 강연한 영상을 옅보니 저자 위화는 <원청>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인물로 샤오메이를 뽑았는데, 격변의 시대상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감내해야했던 침묵에 무척이나 설움이 북받쳤다는 점이다. 저자 또한 그런 의미에서 작품 속 샤오메이를 놓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전생은 어디이고 내세는 어디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부유한 집안의 린샹푸... 아버지는 5살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19살에 쓰러졌지만 남겨진 유산이 많아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남다른 재주로 가업을 물려받아 가구만드는 일을 했으며 생전에 아버님 말씀대로 재산도 적잖게 불려나가며 평화로운 삶을 살았었다. 

그러던 중 황혼이 내리는 어느날... 자신들이 타고가던 마차의 바퀴가 망가져 하룻밤 묵어가게 도와달라 청하는 남매의 부탁에 린샹푸는 그들을 손님방에 모시게 된다. 오라비는 아창이고 여동생은 샤오메이이며 원청이라는 남쪽도시에서 왔다는 의문의 남매, 다음날 오라비는 여동생만 두고 홀연히 사라졌고 남겨진 샤오메이와 린샹푸는 부부의 연을 이어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그녀 또한 자취를 감추고 마는데...

역경의 시간은 왜 자신을 비켜가지 않는지... 모아둔 재산을 가지고 사라졌던 그녀가 배가 남산만해져 린샹푸를 찾아왔고 출산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아이만 남겨둔채 또 다시 자취를 감춘다. 그녀를 찾아 '원청'으로 향했던 린샹푸의 견뎌내야하는 고달픈 삶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니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살아 숨 쉬는 한, 삶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원청>은 꿋꿋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을 그렸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보려 하는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마치 이 또한 운명인것처럼...

힘든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으로 견뎌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위화의 장편소설 <원청>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이렇게나 아쉬웠던 책은 오랜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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