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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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ologie du flâneur

『 산책자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 페이퍼로드







한가로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가 바로 산책로때문이었습니다. 학생때는 공부라는 핑계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바쁜 직장생활로, 결혼 후에는 직장뿐만 아니라 창업을 위한 준비로 정신없이 보냈지요. 계획했지만 조금 늦은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얻었고 처음으로 휴식이란걸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시원한 공기를 마주하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에게 산책이란 삶의 쉼표와도 같았습니다. 예쁜 산책로가 있는 곳에 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지어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이죠. 그렇게 저의 첫번째 소원은 이루어졌고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작지만 괴로운 많은 불행 속에 살고 있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죽지못해 사는거라고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매번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웃을 일 하나도 없는 삶이지만 찰나의 기쁨으로 모든 것을 잊고 산다고 말이죠. 아마도 불행도 매번 찾아 오는것이 아닐겁니다.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가슴에 더 깊이 패어들고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아물기 어렵기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산책자 생리학>은 생물학을 조금 더 깊숙히 파고들어 자연의 섭리를 일컫는 생리학과 산책자의 습성을 에세이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지요.







어떤 경우에나 명랑할 것.

필요할 때는 성찰할 것.

항상 관찰 정신을 지닐 것.

독창성은 그닥 없어도 됨.

유연한 사유.

약간의 피로와 훈련.

특히, 자신을 쉬게 할 줄 아는 의식 상태.




아름다운 이름의 산책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자질을 소유해야 합니다. 명랑하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는거... 따져보자면 위에 언급한 자질은 보통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죠. 그런데 왜 이런 말들을 했을까요? 인생을 살면서 보통의 삶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많기때문입니다. 특별히 남들보다 부자가 되라거나 높은 직위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산책자라는 말은 나와 상관없는 일 같기만 하죠. 옮긴이 류재화님이 말하듯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현대인을 위한 씁쓸한 위로"라는 표현이 <산책자 생리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맞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이유는 무념무상을 아는 사람으로 산책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가진 것이라 말합니다. 산책자는 덕이 가득한 인간임에 도덕적인 자이며 피로하긴 하지만 건강한 육체를 소유하고 산책이 주는 작은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 한다. 한편 부족한 산책자들도 존재하는데 삶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써버리는 무위도식자나 책임감없이 빈정거리고 게으른 삶을 사는 양아치들이 그러하다 말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되새기게 만드는 <산책자 생리학>은 한평생을 살면서 매번 갈림길에 멈추게 되는 우리에게 쉼표를 선사해 줍니다. 어떠한 삶을 보내고 있던간에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산책자 생리학>은 삶의 주체인 내가 산책자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식과 사유가 과거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보고 느끼고 견디며 스스로를 의식하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을 인생이라는 산책길에, 그 중심에 내가 서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철학적 에세이였어요.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는 자연은 우리를 저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에세이로 <산책자 생리학>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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