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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 게르버 』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 문예출판사
당신은 우리를 이끌어줄 의무가 있는데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아이가 '응애'하고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인격체로서 스스로 사회의 중심에 서기까지 나 그리고 부모, 더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가 협력해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우리만의 특성을 살리지않고 학생들을 집단으로 분류해 똑같은 과정을 밟아 지성을 겸비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는데 이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관계자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생업에 종사하는 부모는 태어난지 얼마되지않은 영유아를 기관에 맡기고 약 20년간의 교육을 국가에 위탁하는데 이렇게 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아이들 모두가 자신이 하고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불신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1933년의 나치 독일에서 정부의 금서 판정을 받은 <게르버>, 이후 유대인 작가로서 박해를 받았던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었을지... 읽는내내 긴장감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독일 교과과정에 선정되어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꽤나 강렬해 짙게 새겨진 여운이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내 청춘은 슬프게 지나갔네
봄의 환희를 느끼지도 못했는데
가을은 다가올 이별의 전율을 불어넣고
내 마음은 죽음을 꿈꾼다네 --
실과고등학교 출석번호 7번 쿠르트 게르버(별명:셰리)... 8학년 졸업반의 시작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았다. 담임 교수인 아르투어 쿠퍼가 그를 좋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무오류성을 강조해 '쿠퍼 신'으로 불리며 대놓고 게르버에게 나중에 우는 사람에 속할지도 모른다며 경고한다. 게다가 자신의 전능한 권력과 지배욕으로 '착석'이라는 명령은 학생들의 입을 닫을 기본적 수단으로 그것을 어기면 가감없이 '미흡'이라는 성적으로 되갚고야 만다는 사실...
애초에 게르버의 아버지는 담임이 쿠퍼란 소식을 듣고 아들의 인생을 그런 자에게 넘기고 싶지않다며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권했지만,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않았던 게르버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버지를 설득한다. 아버지는 게르버의 선한 의지 그리고 낙관주의를 펼치려는 그를 응원하지만 지금의 교수는 그의 앞날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거란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는거...
한편 게르버가 마음에 품었던 리자 베어발트... 여러 남자를 만나며 겉도는 행동을 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그는 서툰 사랑의 감정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문제는 리자가 게르버에게 가진 감정은 모성애 같은 것들로 위선과 비겁함이 섞여 있었다는거... 다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게르버>는 교수라는 직위 또한 도장찍힌 종이로 인정된 바이니 학생의 앞날을 종이 한장으로 위협하는 권위적인 협박은 옳지않은 일이라 말한다. 모든 학생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수많은 인생길의 막다른 골목에서 구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교수의 역할이라고... 낙제로 위협하며 자신에게 굴복시키는 도구가 아님을 간절히 그리고 쉬지않고 외쳐대는 심리책이었다.
입시지옥이라는 우리 또한 간과할 수 없음에 경고장을 날리는 <게르버>...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찰나의 시간일 수 있다. 청소년 시기의 찬란한 빛을 어둠으로 치닫게 만드는 게르버는 학업에 심리적 압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찰나의 순간을 견뎌내면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