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 러브 레터 』
이와이 슌지 / 하빌리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습니까?
전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 독자입니다. 지속된 만남으로 짙게 새겨지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렇다고 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친한 친구가 첫눈에 반해 아주 찐한 연애과정을 겪으며 결혼한 것도 봤거든요. 뭐랄까요? 오랜 시간을 견뎌가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는가 싶었는데 연애의 끝은 결국 첫사랑이었어요. 어쨌든 우리가 원하는 로맨스는 해피엔딩이니까요...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가 전문대생 시절, 친구따라 미술 전시회에 갔다가 후지이 이츠키를 처음 만나게 되었지요. 밤새 잠을 못 잔 것처럼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있었던 이상한 사람... 미술 전시회에서 히로코에게 첫눈에 반한 사람은 이츠키가 아닌 아키바였어요. 친구 마스미에게 그녀를 소개해달라고 한 자리에서 말주변없는 이츠키가 선수를 쳤다는거... 이상했지만 왠지 히로코도 이츠키에게 마음이 이끌려 사귀게 되었지요.
영화 <러브 레터>가 1995년에 개봉했으니까 벌써 27년간의 인연이 이어지는거네요. 게다가 적지않은 시간이 지나는 기간동안 여덟번이나 재개봉을 했으니 눈이 오는 날이면 러브 레터가 생각나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 찬란하고 슬프도록 시린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원작으로 만나는 기회가 생겼어요. 요며칠 온 세상이 새하얗게 덮혔는데, 현실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겨울의 따뜻함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합니다. 이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 지금 만나봅니다.
어디에도 갈 곳 없는 편지.
어디에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이 세상에 없는 그에게 보낸 편지니까.
#후지이 이츠키 님.
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낸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가 죽은지도 벌써 2년...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그의 집을 찾았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넘기다가 과거 그가 살았던 주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어린시절 그가 보냈던 그곳의 주소를 베껴 적었던 히로코는 절대 배달될 리 없는 곳으로 편지를 보내게 되지요.
한편 이상한 편지를 받게 된 후지이 이츠키... 의문의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굴까, 혹시나 나는 모르지만 히로코라는 사람은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하여 고민하던 끝에 답장을 보냅니다. 나도 잘 지낸다고... 그렇게 이어진 편지는 아련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여가게 만든답니다.
현재의 이츠키는 여자... 그녀는 중학교때 동명이인이었던 남자아이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옛 추억을 회상하게 됩니다. 결코 기분좋은 추억은 아니였지만 히로코로 인해 작은 기억조차 추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츠키... 이츠키로 인해 지금은 죽고없는 그와 잘 헤어질 수 있었던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라는 존재로 연결된 두 사람은 지금의 안녕을 아름답게 나눠간답니다.
아름다운 이별은 앞으로의 삶을 희망하게 만듭니다.
<러브 레터>는 슬픈 소설이지만 짙은 사랑이 퇴색되지 않도록 포근하게 감싸주는 힘이 있는 소설이랍니다. 여전히 아프지만 사랑이었고 마음껏 추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게 말이죠. 아련하게 전해오는 찌릿함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미소지을 수 있었던 이야기, 러브 레터였습니다.
하얀 눈이 내렸던 오늘...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이 겨울의 아련한 로맨스소설로 <러브 레터>를 추천합니다. 당신, 오늘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