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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순수와 당위로 의도 없이 만들어진 미스터리
『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
고미네 하지메 / 하빌리스
요즘 학생들은 저 두 타입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
아주 현실적인 타입과 아주 유치한 정의파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현대사회는 자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궁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무의미하게 움직이는 무리들도 있지만, 나름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목적하에 목소리를 내는 무리를 보면 미래지향적인 삶을 향한 이상적 행위라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회의 통념상~이라 말하자면 지금 우리의 현실이 통념이라는 기본이 너무나 어긋나 있어서 부족한 글재주로 표현하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어쨌든 정의 실현을 위해 무작위로 저지르는 범죄의 소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그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삐뚤어진 열정으로 유치한 정의를 외치는 어리석은 외침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주체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에너지로 범죄 미스터리지만 청춘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희한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미스터리의 발상이랄까? 거침없고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지만 잔혹한 범죄가 아닌 정의실현을 위한 범죄사건이었다는 점... 독자의 판단을 흐트러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일본추치소설, 고미네 하지메의 작품이었다.
미유키는 침묵한 채 죽어버렸어요.
자신을 이토록 끔찍한 상황에 몰아놓고도
말짱한 얼굴로 방관한 인간의 이름조차 알리지 않고 죽었어요.
혼자만 괴로워하고 상처받고 고통받다가.
누구죠?
미유키에게 그런 짓을 해서 죽인 사람이?
나는 그 범인을 알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복수할 권리가 있어요.
아니, 그럴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한 여고생의 장례식... 도요노 고등학교 2학년 시바모토 미유키의 조용하고도 엄숙한 장례식이었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이들은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친구들뿐... 병사로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미유키의 부모니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겉으로 티내지 않고 조용히 울음을 삼킬뿐이었다.
진실은...?
시바모토 미유키는 임신 중절 수술 중에 사망했고, 끝까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읊조렸던 말은 '아르키메데스'... 이후 같은 학교 친구가 독약이 든 도시락을 먹고 쓰러지는 사건에 이어 사망사건까지 발생하는데 의심되는 정황은 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여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과연 끔찍한 상황에 몰렸다던 여고생은 성폭력의 피해자일까? 뿐만 아니라 연이어 벌어진 사건도 어떤 악의에 의해 벌어진 사건인지 상황을 쉽사리 판단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무지한 정의실현이었다면 더욱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문제는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어른들의 죄에서 시작됐다...?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름없는 아무개일지도 모르겠다. 이슈가 될 것 같다 싶으면 하이에나처럼 썩은 동아줄이라도 물어버리겠다는듯이 달려드니 말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MZ세대를 그려냈다. 현실주의자이거나 이상주의자, 이 두 부류로 나눠 각자의 세계를 통합하듯... 아이에게 부모는 '라떼는 말이야~'처럼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불통의 아이콘같고, 부모는 '돈 많은 백수'만을 꿈 꾸는 철없는 아이같기만 한 언벨런스한 현실...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중년의 나이에 든 우리에게 이것이 현실임을 직시하게 했던 청춘 미스터리... 씁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 담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