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39
김홍 지음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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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39

『 엉엉 』

김홍 장편소설 / 민음사







내 영화가 어떤 장르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재난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요즘 월드컵으로 한창 밤잠을 못주무시고 계시죠? 한판의 승부로 16강에 진출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특전의 마음으로 생방을 사수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나만 보면 맨날 져~~"라고 하면서 티비를 꺼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또한 스쳐지나갈줄 알았던 팬데믹이 끝이 보이지않는 지금... "다른 사람들은 잘 버텨내고 잘 사는 거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나 힘들까?"라며 한탄섞인 말을 하는 분도 계실거예요. 사실은 모두가 힘들고 매일을 견디며 살고 있거든요. 

김홍의 장편소설 <엉엉>은 세상의 한 끄트머리에서 상실을 경험하는 나를 되찾고자 오늘을 견디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려낸 듯 했습니다. 내가 울면 비가 내리고 내가 술을 마시면 누군가가 생을 마감한다는 설정으로 존재하는 나로서는 의미없는 허망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SF소설 같기도 하지만 누구나가 살고 있는 일상을 얘기했고 스릴러소설처럼 또 다른 나인 '본체'를 통해 세상에 속하려하지만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외면했던 세계를 보여주었죠. 마치 미쳐 돌아가는 세상처럼...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이거예요.

니들이 지랄해 봤자 세상 안 바뀌어.

저는 그 말 진짜 웃기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이 아무리 지랄해 봤자 우리도 안 바뀌거든.


"무릎만 안 꿇었지 매 순간이 충성 서약이다." 

나도 모르게, 아니면 자발적 목적에 의해서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동의 버튼만 누르면 원치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보는 세상에 까발려지고 있지요. CCTV를 통해 나의 일거수 일투족 또한 확인 가능하고 내가 어디로 이사가는지는 기가막히게 알아채 고지서만큼은 가차없이 나에게 전해집니다. 마치 덫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그러던 어느 여름날, 자신에게 뭔가 분리되는 듯 '본체'가 떨어져 나가 자취를 감추고 마는데요... 이 상실의 느낌은 나를 집어 삼키듯 무너지고 말았고, 그렇게 시도 때도 없니 눈물만 흘리게 됩니다. 내가 우는 날, 마치 세상도 나의 슬픔을 알아주듯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완전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없던 그는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 또한 갖게 되면서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슬픈 사람 모이세요'를 찾게 됩니다. 5년 후에 '본체'에게 연락을 받은 그는 자신과도 같은 존재의 '우리들'이라는 단체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요.... 이들의 세상은 도대체 어디에 속한걸까요? 쉼 없는 의문을 남겼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매번 상실을 경험하며 어떻게든 현명한 방법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한번의 도박으로 부자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수많은 실패 끝에 딱 한번 성공하기도 어려운 세상인데 말이죠...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세상은 여전히 나를 돌봐주지 않고 삶의 끝에 간절히 동아줄을 잡으려 해도 내가 잡을 동아줄을 썪어서 곧 끊어질 것만 같거든요. 

<엉엉>은 밝은 내일의 이상보다도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을 북돋아 달라는 외침과도 같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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