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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14
『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
보리스 비앙 / 휴머니스트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202/pimg_7466312433651525.jpg)
성장하는 아이에게 가끔씩 해주는 말이 있다. 스스로의 자아 존중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나만의 해결책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일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실패는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기회이며 그것을 발판삼아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화내고 타인의 탓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지 결코 자존감의 훼손이 될 수 없으니, 어느날은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말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인종차별에 대한 억압으로 한쪽으로 편중된 흑백논리의 오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억울함을 당했으니 당연히 복수를 할 것이며 영향력 있는 가문의 자식을 무참히 밟아버리겠다는 고전적 복수혈전이라고 할까? 차가운 육체관계였지만 데일만큼 뜨거웠고 처절한 복수가 목적이었지만 흐릿한 연민만이 남았던 이 책은 짜릿한 스릴러소설이었다.
중요한 건 오직 한 가지, 복수하는 것,
그것도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저자인 '보리스 비앙'이 프랑스어로 번역했고, 미국작가 이름인 '버넌 설리번'이 쓴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작품은 휴가를 떠난 뒤 단2주만에 완성했지만 초반엔 인기가 없었다.
이 책이 이슈가 된 계기가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사회, 도덕 행동 연합'에서 비도덕적 문학이라며 작가를 고소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지하철역 근처 싸구려 호텔방에서 자신의 애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중 바로 이 책!!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있었다는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202/pimg_7466312433651526.jpg)
"아! 당신은 잘해낼 거요.
호감을 주는 인상이니까.
당신에게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뭔가가 있어요.
목소리 말이오."
나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이 사람은 예리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화자는 주인공 리 앤더슨으로 백인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동생의 복수를 다짐한다. 태생은 흑인이었지만 피부가 하얀탓에 겉으로 보면 전혀 알 수 없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로 특유의 목소리만이 그를 드러낼뿐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거...
동생이 죽은 자리에 머물 수 없었던 리는 톰 형의 지인으로부터 벅턴의 서점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 약 2주가 지났을까? 서서히 따분해지기 시작한 리는 서점을 벗어나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극도로 남성이 부족한 도시의 젊은 여성은 너무나 쉽게 그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육체적인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연히 알게 된 덱스터... 고급 주택에 모든 걸 가진듯 했으나 건강이 좋지않았던 덱스터는 리와 금세 친해지게 된다.
이제 복수의 희생양을 물색할 차례다. 덱스터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리는 그곳에서 부유한 가문의 딸이었던 진과 루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다짐한 것처럼 완전한 복수를 실현시키는데 과연...
"당신은 참 별스러운 사람이군요. 난 흑인이 정말 싫어요." (p.111)
겉으로만 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없이 내뱉는 차별적인 발언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이슈화되는 문제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스릴있는 전개는 흥미를 유발했다. 부유한 가문의 자매를 유혹한 리의 심리적 갈등의 복선 그리고 마치 그녀들에게 기회를 주듯 흑인의 창조물을 착취하는 백인에 대한 언급... 하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복수의 도화선이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을 마주하지 않은 독자는 이미 결말을 예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202/pimg_746631243365152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