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반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세계문학전집 220
『 배반 』
압둘라자크 구르나 / 문학동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28/pimg_7466312433646634.jpg)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은 떠났으되 사실은 완전히 떠나지 못한 이들의 초상을 이 책을 통해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고 한다. 저사가 어떤 이유로 반세기나 넘나들어가며 운명적인 인간의 내면을 그렸을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저자의 자전적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지만 손끝으로 그려지는 듯한 부드러운 문체때문에 더욱 깊숙히 작품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는거... 감춰야했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배반>은 책 속의 화자인 '나'가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모두의 '나'를 대변하고 있다. 어느 공간에 속해 있으며 어떤 환경에서도 사회속에 적응하여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삶,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28/pimg_7466312433646635.jpg)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그 무엇에도 익숙해질 시간이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짙은 메세지를 선사하는 <배반>은 일상의 익숙함보다 앞으로 살아내야 할 우리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여전히 알게모르게 인종과 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며 미래에는 또 다른 차별이 생겨날지 모른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 상실이 적지않은 상처를 남겨두지만 이어지는 삶에 대한 무책임한 회피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 길이 험난한 산골짜기의 절벽 끝이라도 인간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살아내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모든 이들이 마치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 이방인과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내가 선 바로 그 땅의 중심은 바로 나라고... 저자는 부드러운 문체로 나긋나긋하게 낯선 땅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을 얘기하는 듯 했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짙게 전해주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28/pimg_7466312433646636.jpg)
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히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
문명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소도시의 장사꾼 하사날리... 그는 모스크의 예배당에 기도시간을 알리기위해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던 중 잿빛 낯을 하고 쓰러져있는 백인 남자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초라한 집에 데려와 보물을 모시듯 성심을 다해 치료해준다.
한편 붙임성있고 성실한 영국인 친구 프레더릭 터너는 이 소도시에 발령을 받아 이곳의 실상을 파악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였는데 매번 농장관리인 버턴과 의견대립이 있었다는거... 한마디로 프레더릭 입장에선 개발되지 못한 이곳은 영국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버턴의 입장에선 그저 유럽인이 이곳을 점령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든 터너는 백인남자의 소식을 듣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온다.
쓰러진 음중구(=백인을 뜻함)는 마틴 피어스라는 영국인으로 사냥관광 무리에서 빠져나와 소말리아로 향하는 중, 짐승 도륙의 참을 수 없는 파괴행위로 무리에서 벗어났다가 모든 소지품을 빼앗긴 채 버려졌다고 한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그는 자신을 구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찾아갔고 그곳에서 하사날리의 누이 레하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급격하게 지나... 약 반세기 후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다른 이야기라 했지만 과거와 연결지어진, 사실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다.
공부에 소질이 없어 옷을 지었던 파리다, 부모님과 같은 교사의 길을 걸었던 아민,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런던으로 떠났던 라시드... 여기서 아민은 파리다의 고객이었던 자밀라와 만나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바로 자밀라가 마틴과 레하나의 손녀였다는거... 막내 라시드가 유학중에 써내려간 이 이야기는 떠나왔음에도 여전히 그곳의 삶을 이어가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 모든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벗어나지 못한 삶의 굴레였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삶에 대한 연민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잔지바르 출신으로 영국으로 이주해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로 마치 <배반> 속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차별로 인한 관계의 단절은 배반이 아닌 자신이 존재했던 곳으로의 회향이 아닐까 싶다. 섬세한 아름다움의 문체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28/pimg_746631243364663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