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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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

레이죠 히로코 / 해피북스투유








동화 속 같은 이야기로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소중한 누군가가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 눈을 떠보니 흐릿한 흔적조차 없이 기억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억의 조각들이 공기중에 흐트러지고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때, 나는 '상실'이란 무서운 존재와 마주하게 되었다.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는 '상실'을 두려워했던 한 남자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했던 그에게 사랑은 그저 주옥같은 동화 속 이야기와 같았을까? 

레이죠 히로코는 애니메이션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으로 만난 적이 있다. 이 애니메이션 작품의 원작은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이며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가 할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관계를 통한 성장을 보여줬던 일본소설의 특별한 다정함을 보여줬는데, 이 책 또한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름의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나는 '상실'을 두려워했다.

누군가와 깊이 연을 맺고,

그 누군가의 행복을 항상 비는 관계가 되는게 두려웠다.

귀찮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먀 하고,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느낌.

그런 감정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 샘긴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겠지.



모도리노 사츠타...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나름 서점에 깔려 시리즈가 나올수록 매출도 늘어갔다. 스스로 작가가 된 것도 의아하고 언제부터 소설을 썼는지 기억도 나지않지만, 어쨌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업작가나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 친척이었던 이에하라 할머니가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서 버찌관을 모도리노에게 맡기고 싶다고 했고, 휴학도 했겠다 조용히 글을 쓰며 지내기에 좋을 것 같아,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얀 벚나무가 소담스레 피어있다는 의미로 지어진 '버찌관' 그리고 희끗한 회색줄기가 곧게 뻗은 벚나무 곁에 낡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창문에 다크 초콜릿 색 나무 문이 있는 서양식 주택은 모도리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린 마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뜬금없이 울린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열살즈음 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자신은 할머니의 손녀 리리나이며 갑작스런 부모님의 사망으로 버찌관에서 지내기로 했다는거...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지만 퇴원하실 때까지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도와달라고... 모도리노를 사츠타라 부르며 할머니가 고용한 집의 관리인이니 자신을 돌봐달라며 당차게 얘기하는데 당황한 모도리노는 그저 꼬마 마녀가 시키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다. 제멋대로에다 독설을 서슴치않고 해대고 순식간에 변하는 기분에 어떻게 맞춰야될지 모르는 모도리노는 그럼에도 왠지 미워할 수가 없는 리리나... 과연 이 꼬마 마녀의 정체는 뭘까?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동화 속 이야기라면 독자는 믿어줄까?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는 귀여운 마녀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인데 설마? 상실이 또 다른 시작의 기회가 아닐까?라는 수많은 의문으로 읽는내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야기는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동화 속 공간 같은 버찌관에서 지독한 상실과 아련했던 사랑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참 눈물겹다.

가슴깊이 새겨진 짙은 사랑 그리고 상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선사하는 따스함에 이 겨울이 빨리지나 벚꽃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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