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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ㅣ 첩혈쌍녀
소피아 베넷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9월
평점 :
왕관을 쓴 미스 마플, 워맨스 왕실 미스터리!
『 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
소피아 베넷 / 북스피어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026/pimg_7466312433605817.jpg)
이렇게나 잔잔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추리소설이라니... 이 책을 만나기 전,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고를 먼저 듣게 되었다. 각종 뉴스에서 접한 그녀의 삶은 마치 한세기를 주름 잡았던 진정한 리더십을 마주하는듯도 했고, 예전에 만난 애니메이션 영화 '프린스 코기'에선 여왕의 선견지명과 거짓없는 모습 그리고 왕실 강아지에게 조차도 애정을 품었던 평범한 모습에 따뜻한 면모를 옅보기도 했다. 왕실 미스터리로 수행비서와의 변격 워맨스를 보여준다고 해서 반전에 반전을 맛볼것이라 기대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독자의 예상을 완전 뒤집어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는 책소개에서 마주했듯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의문의 추리소설이었다. 급변하는 전개도 없고 치졸한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뿌듯함을 느꼈던 이유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무위의 기술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저 그녀는 사건위에 재료를 더하고 단서를 던져주며 잘~ 시키기만 했던 것 뿐... 이 모든 공은 자신이 아닌 그들에게 돌리는 진정한 리더십마저 보여주니 이 책은 미스터리한 추리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피비린내나는 사건 현장이 주는 미스터리함이 아닌 억울하게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던 피해자 입장에서 함께 아파했던 따뜻한 왕실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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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그들을 맞아들인 다음
늘 앉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연보랏빛 니트와 카디건 세트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한 여왕은
오늘따라 활기차고 느긋해 보였다.
개 두 마리가 여와의 발치에 편안히 누워 반쯤 졸았고
다른 한 마리는 껑충 뛰어올라 여왕 옆에 자리 잡았다.
「왕관을 쓴 미스 마플에 귀엽고 영리한 그녀의 수행비서의 변격 워맨스 왕실 미스터리」라는 소개는 어느덧 서서히 녹아내리고 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수사관들의 보고를 경청하고 있으니, 이는 도저히 살인사건에 대한 보고라고는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장르소설이 맞는지 찾아볼 정도였으니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전개가 무척이나 서정적이기도 했다는 점... 그럼에도 치밀하게 연결된 사건의 접점은 심상치 않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내집이라 일컬을 정도로 애정을 품었던 윈저성... 지난밤에 열린 조촐한 연회에서 라흐마니노프를 환상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사체로 발견된다. 용의자는 연회에 참석한 인물들로 여왕의 성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 그저 러시아 남자가 여왕의 파티에서 성을 탐하다 벌어진 사건이라 하기엔 의문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국장은 수사의 방향을 잡지 못했고 이를 지켜보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비서 로지에게 은밀한 조사를 지시한다. 문제는 피아니스트 브로드스키에 이어 런던의 금융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던 레이철 스타일스,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동문인 애니나 무디까지 사망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며 그저 대화로 모든 사건을 풀어나간다.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던 국장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넌지시 던지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거... 여왕은 한 세기를 지켜왔던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무척이나 품위있고 우아하게 자신의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모든 성과 또한 그의 몫으로...
<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는 그동안의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듯 했다. 부족하지도 그리고 넘치지도 않는 한결같은 성품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 말을 아끼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최고의 리더십도 보여주었다. 이렇게나 유쾌한 왕실 미스터리라니, 이런 전개 또한 색다른 반전이었다는거... 엘리자베스 여왕과 비서 로지의 캐미가 돋보였던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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