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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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 고함과 분노 』

윌리엄 포크너 / 열린책들







운명은 타고 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최근 아이들이 '금수저'란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부모로서 나는 많은 변명거리를 만들고 있다. 아주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아서... 과거에 나의 삶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성실과 노력만으로 이만큼의 삶을 이루었다고 말이다. 결국 이런 이야기 끝은 '라떼는 말이야'로 결론을 맺고 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삶이 실패한 삶이진 않지만 행복을 위해 나름 노력했고 너희와 함께라서 더욱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는 부드러운 언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모을 수록 나의 그릇은 채워지지 않고 차고 넘침에도 만족이란 것을 모르는 미천한 인간일 뿐이라는거... <고함과 분노>를 만나면서 이 모든게 다 의미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시작과 끝을 봤다니까."

그녀는 탁자 위에 식은 음식을 차렸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만나면서 <고함과 분노>처럼 쉽지만 너무나 어렵고 인간적으로 이해는하지만 그 삶이 의미없음을 이렇게나 강렬하게 느낀건 처음인 것 같다. 

명문가의 집안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했던 콤슨 부인... 그리고 콤슨가의 하녀로서 가문의 시작과 끝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딜지를 보자면 끝은 결국 식은 음식 뿐이라는거... 세상에 존재하지만 비극으로 치닫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과 벗어날 수 없는 이기심의 몰락을 보여준다. 퀜틴의 자살 후 과음으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오래도록 가문의 영광만을 외치며 병환으로 누워지냈던 엄마는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보자면 이들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깊숙히 생각해 보자면 세계문학 <고함과 분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고작 명문가의 몰락이 아니라 삶에 대한 변화를 맞대어 대응하지 않는다면 삶이 무너지는건 순식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삶은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다를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남부지방 명문가 콤슨 가문... 가문의 희망인 장남 퀜틴을 하버드에 보내기위해 목장을 팔았다. 하지만 그곳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어렸을때부터 책임감이란 의무때문에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겹겹이 쌓았다는거... 여동생 캐디가 동정을 잃었을 때 근친상간으로 자신이 범했다고 했고, 외국인이라며 불합리한 처분에 대한 불만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결국 인생의 허무를 느껴 찰스강에 투신 자살을 했다.

콤슨가의 불운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시작은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막내 벤지였던 것 같다. 명문가로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 게다가 장녀 캐디는 사생아를 출산하고 그나마 현재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제이슨은 오직 돈에 사롭잡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는 파렴치한이었다는 것이다.



이 집은 운이 다했어



콤슨가의 부인은 자식에게 "네가 내 유일한 희망이란다."라는 말로 흔들리는 아이들을 옥죄었던 것 같다. 장남 퀜틴이 말하듯 산 자가 죽은 자보다 낫긴 하겠지만 자신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그 무엇보다도 나은 삶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능력을 상실한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어 남은 삶은 보상받으려는 어리석음에 목죄어 왔던 것이다. 가슴아팠던 부분이 있다면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벤지는 시각, 청각, 후각적 감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거... 누나 캐디가 순결을 잃은 날이나 죽음의 냄새 등의 예견을 통해 이들의 비극은 더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고함과 분노>는 현재를 예견한 모더니즘 문학이다. 죽음으로 몰아가는 시간의 덫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리고 인간의 모든 경험이 결국 부조리하다는 허무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전개되기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쯤에서 한번은 만나봐야할 세계 문학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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