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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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002

『 죄와 벌 : 하 』

표도르 도스토옙스끼 / 열린책들







<죄와 벌 : 하>권에서는 의미심장한 인문학적 견해를 제시한다. 로쟈의 동생 두냐와 그녀를 끊임없이 범하려했던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대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로쟈를 허영심만 가득한 자존심 강한 젊은라 표현하며 나폴레옹의 천재성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법이 미치지 못하는 권력으로 혁명의 적이라 느꼈던 인물들을 거침없이 처단했다는거... 로쟈 또한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가난한 자들의 물건을 추악하게 저당잡았던 필요악적이라 느꼈던 존재를 없애버렸지만 오히려 자기 스스로가 굴욕을 느껴 미쳐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면모가 자아를 파괴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으니 무너져가는 로쟈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고대하게 되었다.

<죄와 벌>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가지고 있는 목적의식과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진정성있게 보여준다. 주인공 로쟈의 끊임없는 고뇌와 더러운 족속의 <이>와 같은 가치없는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며 멸시와 자괴감을 맛본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던 작품... 바로 <죄와 벌>이었다.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될 수 있으면 숨기지 않아도 무방한 것은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도피 방법이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타인에 대한 불신을 쉼없이 되뇌이며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려는 증상을 편집증이라 한다. 특히 <죄와 벌 : 하>권에서 주인공 로쟈가 보여주는 증상의 끝이 두냐와 소냐에게로 향하는데... 두냐의 약혼자 루쥔의 집요한 추악함은 읽는 독자마저 머리끝까지 화가 오르게 만든다. 달콤한 결혼을 위한 조건이 젊고 아름다워야 하며 좋은 가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거... 여기서 더 중요한 조건은 절대적인 가난으로 자신에게 납작 엎드려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 지주였던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추잡한 욕정으로 이여자 저여자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고 로쟈에게 동생 두냐를 물건의 값을 매기듯 흥정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뭐~ 로쟈는 애초에 두 남자의 파렴치함을 알았기에 거부하긴 했지만 잠시 흔들렸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는거... 다행히 동생 두냐에게 둘도 없는 친구 라주미힌을 언급하며 서로의 감정을 조심스레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이젠 자신의 죗값을 치를 차례... 명확한 증거도 없으면서 자백을 강요한 예심판사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그의 집요한 추궁에 넌더리가 났으니 합법적으로 조사할 건 조사하고 체포하라고 엄포를 놓는 로쟈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발작하는데 엉뚱하게도 자신이 전당포 여주인을 죽였다며 자백하는 이가 등장하게 된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결국 로쟈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고 인간적 면모의 상실을 보여주려는지...








나는 그때 알게 되었어, 소냐.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직 하나, 하나만이 필요한 거야.

용기를 내는 일만이 필요한 거야!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로쟈... 과연 나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미련한 고민을 하게되는 로쟈의 변모를 기대하게 한다. 세상에 필요악인 존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저 사는게 너무나 힘들고, 괴롭고, 죽을만큼 아픈 현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겪는 일 일테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겠거니 생각하며 아픈 나를 잠시 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건 어떨는지... <죄와 벌>은 범죄소설같으면서도 인간다움의 거듭남을 보여주는 인문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러시아문학의 거장, 이렇게 도스토옙스끼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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