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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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심리 스릴러

『 엉클 사일러스 』

조셉 셰리던 르 파누 / 고딕서가






거대한 유산을 받은 상속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녀에게 뻗쳐오는 어둠의 그림자는 그녀의 심경을 갉고 핥아먹으며 조금씩 침투해 오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악한 음모와 범죄의 손길을 내밀었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이러한 스토리를 읽다보니 사람의 본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돈에 의해 사람의 인성이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거... 이 모든 사악함은 가난과 빚 때문이라고 말이다. 금전적 여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친인척을 상대로 범죄행각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후견인으로써 소녀의 앞날을 밝게 비춰주었을테니까... 그러니 이 모든건 돈때문이다.

<엉클 사일러스>는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초자연적 공포를 보여주지만 급변하는 내면의 다독임을 통해 살아가려는 의지와 공포에 맞선 용기를 보여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800페이지가 넘는 짧지않은 스토리에 수없는 감정의 기복을 맛보게 되는데 무척이나 음침하고 저질스러우며 오묘하기까지 하다. 고딕소설이지만 이 한권으로 다양한 장르를 만날수 있을 듯 싶을정도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는거...









그가 만일 악마였다면,

그는 수다스럽지만

동시에 미약한 괴테의 악마보다는 더 숭고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 존재가 우리 인간의 사지와 이목구비를 띠었다.

그 존재는 제 실체를 잘 가리고 있었다.



풍성한 금발에 진한 회색 눈을 지닌 나, 모드 루틴에게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는 영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을 신봉하는 스베덴교파에 심취해 있다. 소녀는 유서 깊은 가문으로 여러 군데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고 현재 놀(Knowl)에서 지내고 있으며, 무서운 아버지지만 그럼에도 사랑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오스틴이 보이지않는 인물과 대화를 하면서 언젠가 누군가 올 거라며 가끔 알 수 없는 말을 할때는 두려움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인적이 드문 이곳에 사촌 모니카 놀리스와 조카 캡틴 오클리가 방문했는데 생각을 정제하지않고 그대로 드러내던 놀리스는 상속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않고 야하게 치장했다는 지적을하며 아버지 오스틴에게 한마디한다. 또 하나... 모드가 삼촌 사일러스에 대한 언급을 하자, 그녀는 아버지와 삼촌이 단절된 이유를 휘돌려 설명했고 사일러스의 범죄가 사실상 결백하다는 판단으로 소녀는 그를 방탕아이자 영웅 그리고 순교자처럼 느껴져 연민이 생기게 되었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늦었다는거...

중요한 사건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스틴이 남긴 유서에 모드의 후견인을 사일러스로... 이를 집행할 인물을 닥터 브라이얼리에게 지명했는데, 그는 알수없는 어둠을 몰고다니는 듯 믿기 어려운 비밀스런 인물이었다. 게다가 후견인의 이름을 듣고 기겁을 했던 놀리스... 그녀는 바트램에 가서도 절대로 하녀와 떨어져있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한편... 그 당시 모드의 가정교사인 마담 드 라 루지에르라는 프랑스여자는 마녀나 유령같은 모습으로 소녀의 기운을 빨아먹는 위험한 여자였으니... 치안판사인 아버지의 열쇠를 복제해 무언가를 훔쳐본 이유로 해고되지만 쫓겨나면서 끝까지 지켜볼 거라며 악담을 해대던 그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렸고 예민했으며,

때때로 미칠 것 같이 커지는 고뇌로 괴로웠다.

그런 고뇌는 지금 와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크고 작은 희생을

나 자신에게 강요하도록 만들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서의 신뢰를 지키고자 바트램으로 향한 모드 루틴... 그곳에서 사일러스의 딸 밀리와 방임된 삶을 살게 되는데 아들 더들리의 등장으로 소녀의 삶은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한다. 상속녀에게 향하는 추악한 갈구와 거침없는 애정표현 그리고 쉼없이 드러나는 그들의 민낯을 보면서 모드는 삶에 대한 강한 욕구와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벗어나게 될 것인가?

고딕문학의 정석을 보여주듯 <엉클 사일러스>는 어둠에 휩싸인 성탑의 기괴한 공포를 선사한다. 이성적 판단을 갈취하며 자신이 하라는대로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했고 치졸한 압박으로 그녀를 세뇌했다는 점... 살고자하는 의지로 소녀가 바로 서려 했을 때는 갖은 음모와 감금으로 억압하려했던 점을 미루어보자면 목적있는 계략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게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성을 가진 인간의 욕구는 옳음을 따르려는 용기가 바로 정의라 말하는 듯!! 그 속에서 벗어나려는 소녀의 용기있는 성장을 마주했으니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억압의 공포스릴러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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