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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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 공포, 집, 여성 』

엘리자베스 개스켈 /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 메리 셸리







「지킬 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드라큘라」의 19세기 남성 고딕 작가의 느낌과는 다른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는 여성 고딕 작가!! 확연히 대비되지는 않지만 현실과 맞닿아있는 초자연적 현상의 묘사는 그야말로 최고라 단언할 수 있다. 여성 작가만의 섬세함과 세밀함으로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은 왠지 현재의 사건사고와도 같아서 무심코 지나치기엔 후한이 두렵기도 했다는거... 그만큼 이 책에서 주는 공포는 시대적으로 남성들에게 당한 박해와 침묵이 되풀이되는 지금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공포, 집, 여성>은 엘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가 들려주는 공포로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여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성 그리고 순종이란 관례에 얽매어 있던 여성들의 외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이 일에 대해

말로는 꺼내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달 거야.

질문을 하는 건 날 죽이는 일이나 다름 없단다.




19세기의 네 명의 여성 고딕 작가가 들려주는 초자연적인 공포... 책을 덮은 뒤... 서서히 목 죄어오는 공포는 독자의 몫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의 수석 수습생 카를... 아버지는 자신의 딸 아나와 그가 결혼하기를 바랐다. 문제는 그가 보이는 과한 관심과 애정에 짜증이 난 아나는 마침 친구의 초대로 카를스루에 가게 되었고, 사교 클럽에서 눈에 띄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품위있고 정중한 무슈 드 나 투렐의 태도에 호감이 갔지만 이면에 드리워진 사악함을 마주하게 된 아나는 사람들의 등에 떠밀려 그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회색여인>은 도망자의 삶을 살았던 여인의 공포를 보여준다.

왠지 노래 제목같기도 한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이중적 면모를 드러낸 팜므파탈적 소설이었다. 부부의 초상화를 그려달라 제안을 받은 화자는 경탄스러울정도로 아름다운 고택을 방문해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데, 절묘한 우아함을 자아내는 오키부인의 나르시스같은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오래전, 그의 가문에 이끌리던 섬뜩한 소문이 있었으니 과거인지 현재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환생의 공포에 휘말리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억압하는 스릴도 맛볼수 있다는거...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는 저자의 이중적 활동을 옅보는 듯 했다. 얼마전에 만났던 '작은 아씨들'은 삶의 극복과 희망적 성장을 보여줬는데 이 작품은 침묵에 대한 불안 그리고 불행을 그려냈다. 트레블린 부부의 대화 중 하인이 건넨 카드를 받아든 리처드는 그를 찾아온 검은 수염의 남자를 만나러 흥분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아내 앨리스는 남편이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는듯하여 그들의 대화를 옅들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주저앉고 만다. 충격으로 인해 남편은 생을 마감하지만 마지막까지 곁에 있지 않았던 그녀... 얼마나 지났을까? 대번트리 대령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 소년 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마지막 메리 셸리의 <변신>은 '프랑켄슈타인'과 무척 닮아 있었다. 길들이기 힘든 성정을 타고난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을 탕진하며 살았다. 어린시절 함께 자랐던 줄리엣을 되찾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방탕한 삶을 살고있는 그가 탐탁치 않았으니... 그에게 남은건 오로지 증오와 복수뿐이었다는거... 과연 그는 또 다른 나를 버리고 변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와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포, 집, 여성> 속의 작품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의 어둠을 되새기자면 무척이나 섬뜩한 느낌이 든다는거... '회색여인'은 사악한 남편으로 인한 도망자의 삶을 살았던 여성의 박해와 아픔이 묻어났고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저질렀던 죄의 대가는 어떻게든 대물림된다는 공포를 선사했다. 또한 '비밀의 열쇠'에선 의미없는 귀족이란 이름의 멍애의 굴레와 존재만으로도 악이었던 '변신'은 어리석은 자만의 호독한 최후를 보여줬다. 고딕소설이 주는 특별함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고 이 책을 마주하는 독자가 인간의 어떠한 내면을 봐야할지 직시하게 해줬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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