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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ㅣ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평점 : 
『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
E.M. 델라필드 / 이터널북스
가정의 안녕은 아내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현대의 인식은 무척이나 바뀌었겠지만 이러한 신념은 여전히 뿌리깊이 존재하는 듯 하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안락한 안식처가 되기 위해선 아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당시의 영국사회는 사교적문화의 중심이자 가부장적인 제도로인해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되었기 때문인지 오로지 침묵과 헌신을 요구하는 듯 했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사생활을 옅보는듯한 느낌에다 주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자기애를 들여다보며 어느 세월에 어느곳에 살고 있든지 다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위선이라는
도덕적 일탈을 하는 이유는 주로
상대의 눈치 없는 고집 때문이 아닐까?
참새가 방앗간을 스쳐지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주부의 일상은 아침 햇살을 시작으로 수다와 넘치는 살림 그리고 잔소리 목록까지 포함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어쩌다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자면 우리집에 숟가락이 몇개나 있는지 아는 옆집 여자가 찾아와 내 살림에대한 견해를 늘어놓고 끝모를 자기자랑에 열을 오르게 만들기도 한다는거... 모두를 공감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아!줌!마!'라고 부른다.
책 속의 영국여인은 알뿌리가 있는 식물을 기르지만 마음대로 가꿔지지 않는 탓에 고민스럽기만하다. 문제는 찾아오는 사람마다 온도가 맞지않네... 물이 부족하네... 등등의 참견을 하지만 여전히 시들하다는 것이다. 매번 빠듯한 살림을 하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빚 뿐이고 사교활동 또한 계산기를 두드리며 마음껏 활동할 수도 없다. 남편 리처드는 집안일에 관심없고 놀러와서까지 타임스를 읽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그나마 말로 잘 이해시키면 나의 의견에 공조를 해준다. 문제는 먼저 얘기를 꺼내는 법이 없다는 거...
역시 뒷담화는 같이해야 제맛이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은 아내와 엄마 그리고 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여인의 속내음을 그려낸다. 일기문이라 읽어내기도 쉽고 나와 별다를 바 없어서 공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을 부리고 사교활동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참견하고 싶은 마음 또한 들었다. 빠듯한 살림이라면 보통의 아내들은 남편이나 아이들은 둘째치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부터 포기하게 되는데 이 여성을 그렇지 않았다는거... 밖에서 보여지는 자신의 외면도 그리고 여전히 시들한 구근식물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오늘의 안녕이 내일도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괜시리 "일기를 써볼까? 고민하게 했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