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 숲속의 로맨스 』
앤 래드클리프 / 고딕서가
'검은 담즙'이라는 뜻의 '멜랑콜리'는 본래 고대 그리스의 의학 용어로 감정의 의식이 쇠락된 상태 그리고 희망을 보이지 않는 상실의 상태로 우울적 기질을 보이는 사람에게 쓰였던 단어다. 그만큼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18세기 여성의 모습이 남성들에 의한 탄압 그리고 욕망의 대상으로 절제된 여인으로서의 미덕만을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에게 생소했던 멜랑콜리라는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책 속의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이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했기에 특히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숲속의 로맨스>는 검은 탑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을 보여주면서 기이한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던 결정적 증거를 드러낸 소설이다. 무엇보다 중세적 배경과 그에 연결지어진 공포 또한 저자만의 색으로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는점...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던 진정한 호러라고도 소개할 수 있을 듯 하다.
게다가,
이 수도원은 초자연적인 힘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이 지역 사람들 누구도 감히 다가오려고 하지 않던걸요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이내 떨어지는 빗방울은 가차없는 빗줄기가 되었고 고즈넉한 어둠을 뚫고 도망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피에르 드 라 모트다. 그는 쾌락의 낭비습관으로 재산을 탕진하여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마담 라 모트 그리고 하인 두 명과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한줄기 빛이 보였고 잠시 쉬었다 갈 요량으로 그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갇히고야 만다. 얼마지나지않아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젊은 여자를 내팽겨치며 다시는 자신의 눈에 띄지 않게하라는 조건 아닌 협박으로 떠맡겨진다.
자신을 아들린이라 소개한 젊은 여자는 수녀가 되기를 거부했단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복수의 위협을 받으며 버려졌다고 한다. 처지가 이러하니 제발 함께 떠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불안하긴 했지만 그녀를 데려가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 같이 도망자의 신세가 된 그들은 고즈넉한 숲속에 우뚝 솟아오른 검은 탑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은 탑의 주인 몽탈 후작에게 발각된 그들... 후작은 아들린을 보는 순간 소유욕이 일었고 도망자인 라 모트를 이용해 그녀를 겁탈하려 한다. 처음에 거처를 허락해준 몽탈 후작에게 존경심을 느꼈던 아들린은 점점 혐오감에 물들어갔고 결국 탈출을 시도한 그녀를 도와준 후작의 젊은 기사 테오도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신기하고도 기이한 점은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이 도입부일뿐이다.
<숲속의 로맨스>는 공포인가 아니면 로맨스인가? 두 장르의 협연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여성은 복종의 시녀가 아니며 욕망을 해소하려는 도구도 아니다. 이상적인 여성이 마치 남성의 소유물 마냥 이성이 없는 인형 또한 아니다. 저자 앤 래드클리프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의 가부장적 요소를 드러내어 시대의 변화를 추구하려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여성을 박해하여 얻어낼 이익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특히 <숲속의 로맨스>는 책 속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 그리고 엑스트라까지도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표지 속 검은 탑에 갇힌 그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될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