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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제 30회 야유카와 데쓰야 상 우수상 수상작
『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
야요이 사요코 / 도서출판 양파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책임감없게도 철저하게 나를 버렸다. 이 책을 마주하는 내내 원죄에 대한 생각을 오래도록 했던 것 같다. 아이의 성장에 지극히 영향을 미치는 부모... 그 아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하면 바로 부모탓을 하게 된다. 뭇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하며 성공 후,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옥죄었던 그들의 앞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일까?
이 책 속의 중심인물인 이방인과도 같았던 두 소년이 가까워졌던 계기... 항상 도서실에서 머물렀던 두 소년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얼마지나지않아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새 한 쌍의 둥지를 보았고 부화한 아기새와 함께 떠나는 것을 보았다. 빈 둥지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부화하지 못해 버려진 알이 있었고 이후 떨어진 알을 발견한 두 소년은 나무아래 정성스레 묻어주었다. 마치 나와 닮아 있어서... 분노라는 감정에 익숙한줄 알았지만 소년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을 알게 되었을 때, 진정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고...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은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있는 두 소년의 침묵 속의 분노를 보여준다. 무척이나 서정적이며 부드러운 문체로 일상을 그리는 듯 하지만, 그들에게 드리워진 어둠과 연쇄적인 죽음은 그야말로 이중적 모습으로 섬뜩하게 다가온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나 어둠으로 몰아 넣었을까?
그런데 나, 봤어.
그 아이...... 웃고 있었어.
분향할 때,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술 끝을 씨익 올리면서
조용히 웃고 있었어.
이른 아침, 개와 산책을 나간 공원에서 이모부가 의문의 괴한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 이모 다카코는 조카 와카바야시 유키에게 자신의 양아들 시후미가 의심되니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험만으로 사건을 조사해 달라니, 유키로서는 난해한 일이었지만 친척이자 과외수업을 한 제자이기도했던 시후미의 오해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수락하긴했지만, 혼란스럽게도 또 다른 죽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시후미의 흔적을 쫓던 유키... 그에게 유일했던 친구 리쓰를 알게 되었고 그동안 몰랐던 그들의 암울했던 성장을 마주하게 된다. 양아들 시후미는 다치하라의 딸인 미타 미나코의 아이로 사실은 손자를 양아들 삼았다는거... 이지적인 외모로 설렘을 자아냈던 리쓰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자아를 잃어갔다는거... 과연 두 소년에게 감춰진 비밀은? 그리고 죽음과도 연결된 것일까?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을 읽는 독자는 무척이나 잔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가슴 쓰리도록 아프고 안타까운 상황에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두손을 놓아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되었으니 이제 하고 싶었던 너의 삶을 살으라고... 그리고 이젠 웃어도 된다고... 앞으로는 바람이 전해주는 기쁨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고 마음껏 응원하게 했던 소설... 어떤 결정을 내리던 간에 죽음만은 아니라고 간절히 소망했던 책이었다. 어느 독자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 책을 마주하는 독자의 몫일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