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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여행자 1
자오시즈 지음, 이현아 옮김 / 달다 / 2022년 7월
평점 :
『 밤 여행자. 1 』
자오시즈 / 달다
우리는 밤 10시에 다시 만날 겁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로맨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뜻깊은 메세지의 전달이 있어 무척이나 특별했다. 나의 일상을 침범한 누군가가 이성을 뒤흔들고 거부할 수 없는 혼란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우연이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연이 필연처럼 느껴지고 믿음의 색이 짙어지면서 연민으로 바뀌었을때, 우리는 그것을 인연이라 말한다. 도무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가 벼랑끝의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고 그 인연으로 서로를 믿어 의심치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로맨스가 시작된다는거... 왠지 아프지만 찐한 사랑이 깃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 여행자>는 1937년의 상하이 699번지 아파트와 2015년의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다. 같은 공간 그리고 같은 시간이 공존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위험한 이들의 존재는 로맨스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버거운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 또한 사랑이라면 시공간의 차이가 조금씩 좁혀지면서 둘의 운명을 바꿔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과연 이들은 이 난리통에 어떤 사랑을 만들어낼지 무척이나 긴장되기도 했다.
쭝 선생님께.
매우 외람되게도 편지를 남깁니다.
아마 당신도 몇몇 일로 곤혹스러우실 겁니다.
아파트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우리는 밤 10시에 다시 만날 겁니다.
과거 의사였던 쭝잉은 현재 법의관으로 무척 예리한 판단과 가차없는 결정으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믿음직한 인재다. 또 그녀의 말에 의하면 성칭랑은 '안 급한 선생'으로 1937년에서 현재로 넘어온 변호사로 둘의 인연은 택시 안에서 시작되었다.
숨 막히는 열기로 가득한 부검실... 급하게 울려대던 전화를 귀에 붙인 쭝잉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외삼촌 싱쉐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친척동생 쭝위는 위급한 상황에 수술실에 들어갔다는거... 특별한 혈액형으로 그에게 수혈을 해 줄 사람은 쭝이밖에 없었고 피비린내를 풍기며 급하게 달려갔지만 좋은 소리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사망한 외삼촌은 신시약품의 연구원으로 차량에서 마약으로 의심되는 약물이 발견됐다니 수사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한편 밤 10시만 되면 과거에서 현재로... 성칭랑 입장에선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하여 아침 6시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그는 이미 쭝잉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연히 병원으로 향하는 그녀와 합석을 하게 되었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없는 노릇이니 그녀에게 편지를 남겨 놓았다. 문제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마침 시간은 오전 6시였고 그녀 또한 과거로 이끌려 왔기에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는거...
<밤 여행자>는 1937년을 기점으로 약 70년 후의 현재를 말하며 두 남여가 겪어내는 '중일전쟁'의 역사적 기록도 담고 있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아직은 사랑이 아니지만 무언의 믿음으로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다. 1937년 그리고 2015년의 699번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한 그들, 각자에게 처한 환경, 드러내지 못하는 연민의 감정을 통해 두번째 이야기에선 과연 그들이 미소지을 수 있을지 몹시 긴장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두 남녀는 독자 또한 어지러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어쩜 달달 로맨스를 만나기전에 긴박한 상황 속으로 밀어넣다니... 부지런히 다음책을 만나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