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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크눌프 - 크눌프 삶의 세 가지 이야기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더스토리 / 2022년 6월
평점 :
191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크눌프 』
헤르만헤세 / 더스토리
이 친구, 크눌프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오!
그는 무능하나, 무해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우니
답답한 마음이 한결 편안하게 만드는 메세지였다. 독자로서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자처럼 떠도는 삶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었는데 위 메세지에 눈 녹듯 사라지다니... 인문학적 인간이라면 빈 손으로 세상에 나와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살아있는 한 무엇으로 인정받거나 경제적인 여유로 편안한 삶을 누리다 생을 마감하려 하는 것이 보통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크눌프는 이에대한 강박을 가감없이 무너뜨리는 인물이었으니 어쩌면 인간의 쓸모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도 주인공 크눌프가 자유로운 인간인가 아니면 사회 속에 녹아들지 못했던 패배한 인간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었는데, 훗날 유용한 인간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유능한 인간이라는 저자 헤르만 헤세의 입장처럼 크눌프는 자신의 삶을 다양한 위치에서 '사랑'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눌프>는 이러한 인간의 성찰을 보여준다. 마치 꼼꼼한 여행계획을 세워 시간에 쪼들리며 바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여행의 목적지가 될 것이며 찰나의 행복으로 깊이 새겨지는 추억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지만 이 모든 이야기 또한 크눌프의 삶이었으니 그의 방랑길에 함께 동행해 본다.
보라! 나는 그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필요했다.
나의 이름으로 그대는 방랑하였고,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에게
매번 다시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 불러일으켰다.
(중략)
그러니 그대는 나의 아들이요,
나의 형제이며, 나의 분신이다.
그대가 맛보고 경험한 모든 것은 모두,
바로 그대 안에서 내가 그대와 함께했다.
어릴 때부터 북쪽지방과 바다에 대한 동경을 품었던 크눌프... 그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철새처럼 목적없이 떠도는 삶을 살았다. 「이른 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세 개의 단편 속에 들어있는 크눌프의 방랑은 그저 정처없이 떠도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인정많은 친구가 존재했으니 크눌프는 타인에게 무해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랑자는 돈이 생기는대로 술을 사 마시고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취객정도로 생각할만도 하지만 주인공 크눌프가 마주한 사람들은 모두가 그를 반겨했다는 것이다.
성실한 생활로 피혁공장을 운영했던 에밀 로트푸스는 아름다운 아내와 정착이 주는 안정된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공감하지 못한 그는 이틀만에 친구의 집을 떠나게 됐고, 영원하지 않는 인간의 삶에 대한 종착지가 죽음이란 것을 말하며 짧은 만찬을 즐겼던 친구 또한 뒤로하고 만다. 마지막에 만난 의사친구는 폐병이 들어 얼마남지 않았던 크눌프에게 손을 내밀었고 방랑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말하며 귀향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다. 그렇게 또 다시 길을 나섰던 크눌프... 그의 삶에 위안을 전해주는 이가 있을지...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인간철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게 했던 <크눌프>... 있는 그대로의 모습조차 사랑할줄 모르면서 그 이상을 바라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무해한 인간이면 그걸로 족하다는 짧고 강력한 메세지말이다. 바람같은 그의 삶에 독자에게 그리움이란 향수를 불러일으킨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