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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사라지던 밤 2 ㅣ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평점 :
나비사냥 SEASON 3
『 소녀가 사라지던 밤 』
박영광 / 매드픽션
이토록 울분에 쌓여 속이 뒤집어졌던 소설은 없었다. 현직 형사의 실감나는 묘사때문이었을까? 범죄자의 인권을 너무나도 잘 배려하는 우리나라의 무력한 법때문이었을까? 교묘하게 피해가는 범죄자들의 행태와 죄의식없는 대범한 모습에 치가 떨리도록 역겨움을 느끼게 했다. 그저 공포에 몸서리치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전율을 느끼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미친 욕구를 채우기 위한 재미를 즐겼을 뿐이라는 말에 정말이지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았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렇게나 잔인할 수 있는지... 실제 사건을 모티브했기에 저자 또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살인자들의 행위 속에 깊이 빠져 헤어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소녀가 사라지던 밤> 2편에서는 죽음의 내막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돈과 권력에 움직였던 비밀스런 조직과 그물처럼 연결된 사건의 흔적들을 발견한다. 특히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 두었던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범죄자는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일으킨다는 것을 판단이 서면서 더이상 간과할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성폭행사건 검거율이 98%가 넘는다고 하니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전편에 이어 하태석 형사는 얽히고설켜 있던 비밀의 끈을 풀어낼 수 있을까?
우리 사법은 죽었다.
피해자를 안아주고 있다고 시늉만 할 뿐이지.
삶을 포기하고 겨우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7년전... 하태석 형사는 가해자로 의심했던 김동수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 김동수가 죽었다? 당시 피해자 가족이 "김동수가 범인인거 맞나요?"라고 물었을 때, 태석은 그렇다고 확신에 찬 대답을 했고 오랜시간 동안 흔적을 쫓던 임춘석이 그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땐 죄책감에 시달렸다. 마침 인기 프로그램의 여파로 '장기미제사건 전담반'이 만들어졌고 마음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한 하태석... 그가 해결할 첫 미제사건은 바로 사망한 김동수와 연결된 7년전 실종된 사건이었다.
문제는 위선에서 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거... 조금이라도 시끄럽거나 혼란을 조장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는 이들 앞에 하태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범죄 등 전과 8범이었던 김동수의 흔적을 되짚었던 미제사건 전담반은 이상하게도 그의 사건 끝에 연결된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변호사 최우석... 게다가 자신을 감시하려 팀에 합류한 이와 수사에 혼란을 주는 이들로 인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게 되는데...
이후 숨이 막히도록 벗겨지는 사건의 배후는 그야말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개 만도 못한 범죄자로 인해 무수한 가족이 파탄을 맛보고 살아갈 의지조차 잃었는데 법은 피해자가 아닌 범인을 보호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할 노릇인가? ... "법이 심판하지 못한다면?" ... 여론에 휩싸이는 언론과 법이 과연 힘을 낼 수 있을까? 매번 잔혹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처단할 수 없는 법에 대한 논란이 도마에 오르는데 왜 그들은 이 외침을 듣지 않는건지... <소녀가 사라지던 밤>은 끝나지 않은 아픔을 묻고 사는 피해자들의 외침과도 같았다.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 믿고 싶은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