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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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문학상을 석권한 걸작

『 류 』

히가시야마 아키라 / 해피북스투유






아픈 역사의 과오를 대물림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안정한 사회의 혼란으로 무엇이 옳고그른지 알지 못한 채 군중에의해 움직이는 일... 같은 땅에서 태어났지만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변혁을 꿈 꿨고 혁명이란 이름으로 피흘리는 역사를 반복했던 사람들... 전쟁이었기에 나라를 위해 총칼을 휘둘렀지만 결국 남은 것은 분노와 원망뿐이었던 시대는 이 책의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도 너무나 닮아 있었다. 내가 지켰던 나라가 결국 나를 배신했고 쌓였던 원망의 저주는 그들의 자손들에게 향했으니 아픔의 역사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류>를 만나기 전에 항일전쟁의 배경을 알고나면 역사를 뒤쫓는 거룩한 여정이란 의미를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군벌과 제국주의에 대항하고자 했던 국민당과 공산당은 국민혁명을 일으켰지만 쑨원이 사망한 후 그 뒤를 이었던 장제스가 국민당 내부에 있던 공산당을 몰아내면서 실권을 장악하며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선다. 한편 당시의 일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대륙의 침략을 노렸고 친일본에 서 있던 사람들과의 분열로 내전이 일어났던 것... 그리하여 같은 민족에게 서슴없이 추악한 행태를 부렸고 주인공 예치우성의 할아버지인 예준린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무고한 백성을 생매장한 사건... 이를 '사허마을 학살사건'으로 부른다.





인생은 이어진다.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나는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말할 수 없다.

그런 짓을 하면 이 행복한 순간을 더럽히게 된다.



1975년 4월 5일 대만을 휩쓴 뉴스 '총통 서거'...

우리를 지켜줬던 거인의 죽음은 대만사회의 혼란을 가져오는 듯 했지만 아들 장징궈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면서 일단락의 불안은 해소되었다. 다만, 장징궈는 대만의 최대 폭력 단체인 주련방의 보스를 부렸던 인물로 치안의 불안정함은 다소 해결되지 않았던 점이 우려스러웠다는 것이다.

주인공 예치우성의 할아버지 예준린은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국민당으로 활동하며 2차 세계대전을 겪게 되었는데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지만 내부의 분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장제스와 마오쩌둥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국민당으로 정규군이 아닌 유격대로 같은 단체로 활동한 예준린은 과거 '사허마을 학살사건'의 중심인물로 공산주의자인 촌장의 일가족을 모두 학살했는데 특히나 이들은 총알을 아끼기위해 생매장을 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의 전쟁일화를 들으며 자랐던 예치우성은 그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된다. 포목점을 했던 예준린은 도둑을 잡겠다며 가게에서 잠을 청했고 제 시간에 납품이 안됐다는 항의 전화에 예치우성이 포목점에 가봤지만 손발이 묶인 채 욕조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던 예준린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예치우성의 일상이 그려지는 듯 했지만 거친 성장기와 더불어 할아버지의 의문의 사망에 과거의 연결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전쟁의 역사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과연 <류>를 만나는 독자들은 역사를 뒤쫓는 예치우성의 거친 여정을 통해 무엇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각자가 겪었던 사건의 기억들이 내 후손에게 어떻게 새겨지는지를... 우리 모두가 그렇게 역사의 중심에 있으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이 기록되어야 할 것인지 직시해야 할 것임을... 지금도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대만의 한 획을 주인공의 일대기로 자세히 옅볼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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