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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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노말리 』

에르베 르 텔리에 / 민음사







존재를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마주한다면...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지만 도플갱어와 같이 나와 똑같은 내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처음은 부정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이 책에서는 똑같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차이는 고작 3개월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나의 또다른 존재를 부정하는 이유는 서로의 삶에 대한 죄책감일 수도 있고 성실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불안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부정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인정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듯 하다. 무엇이 되었든간에 어쨌든 나니까... 나 일 수밖에 없고 나와 같으니 연민의 감정이 들 지언정 결국은 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니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아노말리>는 파리-뉴욕간 비행기에 탑승한 243명의 사람들이 3개월이란 간격을 두고 똑같은 상황과 마주하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비행중에 난기류를 만나 위험을 겪은 일부터 불안과 공포의 상황까지... 그리고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하기까지 어느하나 틀리지않았던 상황들... 과거에 911테러사건을 기점으로 항공교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목록화했던 정부는 수만가지의 요소를 결합해 최선의 대응수단을 추출해 냈지만 과학적으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미스터리한 이 사건은 도무지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쨌든 인간으로서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요소와 여러가지 심리적 갈등을 첨부하여 미스터리한 관점의 시각 또한 맛보게 했던 <아노말리>는 가늠하지 못하는 이상에 끝없는 의문을 만들게 했던 소설이었다.





오늘 아침,

청명한 날씨 속에서 나는 나를 본다.

나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나는 내 존재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불멸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헛되이,

마침내 나는 순간을 미루지 않을 마지막 문장을 쓴다.



2021년 3월 10일... 파리-뉴욕간 에어프랑스 여객기는 예기치 못했던 난기류를 만나 위험에 처했지만 무사착륙을 했다. 그리고 세 달 뒤, 6월 24일... 똑같은 여객기에 똑같은 항로 그리고 똑같은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이 위험한 일을 겪은 243명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사실... 자신의 '분신'과 마주하면서 진정한 삶이라는 무게를 안게 된다.

타인의 죽음으로 삶을 꾸려나가며 완벽한 이중생활을 했던 블레이크, 인기없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사후에 인기작가로 재조명 된 빅토르 미젤, 영화 편집자로 인정받았지만 전리품같은 사랑은 싫었던 뤼시, 개구리 베티만이 자신의 전부였던 소녀 소피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데이비드, 쌈닭처럼 살아남았던 흑인여성 변호사 조애나 등... 이들은 '분신'인 나를 마주하면서 진정한 나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다시 조명하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했던 소설 <아노말리>... 또 다른 나를 부정하고 싶었던 그들, 혹은 나를 마주함으로써 행운이 깃들길 기대하는 그들... 그런 책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적지않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게 했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가 지금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단적으로 보여준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오늘같은 날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사실... 나와 또 다른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없는 삶이라 느껴진다면 <아노말리>를 만나보라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삶이 충분히 가치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지인에게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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