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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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___ 왕비

팻 바커 지음 /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서 그의 눈에 들어왔던 테티스... 테디스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제우스는 바다의 여신이었던 그녀를 탐하려하였으나 그녀가 낳은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언에 인간인 펠레우스와 결혼하게 된다. 바로 그들의 자식이 아킬레우스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찌감치 어머니에게 버려져 켄타우로스 곁에서 성장하게 되었고 이후 트로이 전쟁의 위대한 영웅으로 우뚝 섰던 아킬레우스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굶주렸던 정에 대한 갈망은 그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종식해 왔다. 이후 수많은 전쟁과 생을 마감할때까지 외로움에 몸시려했던 그의 모습을 옅볼수 있었던 소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유혈이 낭자한 도륙의 현장에서 결국 진정한 승리는 그 누구도 아니였음을 보여주는 추악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아닌 피를 부른 도살자 아킬레우스... 승전을 울릴때마다 남자들은 환호성을 울릴테지만 여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했던 현실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생쥐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은제 활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멀리서 화살을 쏴도 명중시키는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역병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아킬레우스를 가리키는 수많은 별칭들... 위대한 아킬레우스. 눈부신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 우리에게 그는... 그저 '도살자'일 뿐이었다. 이렇게나 강렬한 첫 문장은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전쟁의 참상을 만들어낸 정복자를 향한 외침이었다.

 

 

열아홉의 왕비 브리세이스는 자신의 눈 앞에서 리르네소스의 성벽이 무너지고 그리스의 병사들이 돌진하여 자신의 남편과 형제의 목을 쳐내는 참상을 짙은 눈에 담고 있었다. 그녀들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 그것이 두려워 이 높은 지붕위에서 뛰어내리는 아리아나를 보았고 자신의 몸 뒤로 어린 소녀를 숨기는 엄마를 목격했다. 그리고 그녀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나는 당신들을 증오할 것이다" 다짐했다.

 

 

배를 타고 떠나오면서 불길에 휩싸인 리르네소스를 보면서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느낀 브리세이스... 승전의 기쁨으로 자신의 앞에 우뚝선 아킬레우스는 모래가 잔뜩 낀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선택했고 그렇게 어둠이 휩싸인 곳으로 이끌려갔다. 음식과 포도주를 내어주던 파트로클로스는 내 이름을 알았다는건 자신이 리르네소스의 왕비라는 것도 알았다는 사실... 그렇게 브리세이스는 전쟁의 포로이자 몸을 내주어야 하는 왕비... 아니 노예였다. 저주의 목소리를 내던 그녀는 그렇게 생쥐의 신, 은제 활의 신, 역병의 신을 부르짖으며 저항하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노예로 살기보다는 죽음을 택하겠노라... 앙다문 입은 그저 침묵으로 휩싸여 있었다. 전쟁을 통해 지금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기 무섭게 또 어둠에 휩싸이게 된 지금... 무엇을 얻기위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참혹한 현장을 재현하는지 솔직히 무섭고 두렵기만 한 지금이다. 김대식 교수가 평한것처럼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지만, 절망의 기억은 언제나 여자들의 몫이었다는 메세지에 울컥했던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애를 먹었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를 읽으면서 더이상의 침묵은 절대 의미없음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라는 시각에서 마주한 새로운 해석이 무척 색다르게 다가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함께 만나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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