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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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

후지와라 이오리 / 블루홀6






군부정권을 이겨내고 민주화 과정을 거쳤던 미얀마... 그에 앞장섰던 아웅 산 수치는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군부세력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발생한 군부쿠데타... 그녀를 자택에 감금하고 군사재판을 통해 여전히 형량을 늘리고 있는 미얀마에선 국민들의 저항이 무척이나 거셌다. 그런 시민들에게 총칼을 겨누었던 군부세력... 그들은 민주화를 위한 한국의 학생운동을 눈여겨봤고 그에 동참해달라 소리질러 외쳤다. 특히 우리의 학생운동은 역사의 큰 획을 그었고 지속적인 정책방향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변혁을 위한 운동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세계에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외침이었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을 보면서 위와 같은 사건들이 떠올랐던 이유는 총칼에 휘둘러져 역사 속에 가려지더라도 그들의 삶은 지속되기 때문이었다. 1968년에서 1969년에 일본에서 벌어진 학생운동 또한 다르지않음을 느낀 것...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않았던 학생들의 투쟁 또한 하나의 역사겠지만 살아남은 자의 침묵 속의 상처는 삶이 지속될수록 곪고 터졌다는 것이다. 미스터리지만 지난 세대의 상실을 보여주는 전통 하드보일드... 바로 이 책이다.





사람을 살해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건가,

테러리스트.

푸른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네.



71년도의 사건으로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살았던 그 남자... 본명은 기쿠치 도시히코 그리고 지금은 시마무라 게이스케로 살아가고 있다. 아니면 알코올중독자이거나 보잘 것 없는 가게의 하찮은 바텐더... 어쨌든 그는 한적한 주말, 공원입구의 마른 잔디에 자리잡고 앉아 위스키를 마신다.

그러던 중 발생한 굉음과 소란스러운 발걸음에 재빨리 일어난 그는 사건현장으로 달려가는데... 이유는 무심코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소녀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폭발의 중심지엔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실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신체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빨간 코트의 작은 아이가 눈에 들어왔고 살아있음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갈색 머리 포교자에게 아이를 맡겼다. 아차! 문제는 자신의 지문이 가득 묻은 위스키병과 플라스틱잔... 그는 그렇게 세상에 다시 드러났다.

뉴스에서는 연이어 '신주쿠 폭발 사건 발생'이란 제목을 크게 걸어 발빠르게 보도 하고 있었고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피해자의 이름이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다는거... 과거 기쿠치는 그의 친구 구와노 그리고 요코와 함께 학생운동을 하였고 이후 저마다의 삶을 찾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나?? 이들을 중심으로 연결된 수많은 흔적은 침묵의 상처만 남겼다는 사실... 폭력단체의 파벌싸움이라 하기에도 석연치않고 계획범죄라 하기에도 연결되는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뒷골목에 자리잡은 노숙자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진 그들이 사회에서 버림당한 후의 현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마음이 착잡했다.

역사 속의 한 획을 그었던 이들의 아픔이 크더라도 사람들의 기억에선 쉽사리 잊혀진다. 오로지 침묵의 상처는 그들만의 것인냥 지속되는 삶의 견딤 또한 그들의 몫이다. 그들에게 유일한 외침의 단가... 희망의 노래로 읊는 변혁의 노래뿐... 우리 또한 잊지말아야할 역사의 사건이 무수히 많기에 매년 의식하고 다시금 기억에 새기는 것이 아닐까...?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추리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기억의 조각을 각인시키는 힘을 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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