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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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 작가정신





그야말로 나의 삶은 암흑이었다.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였고 늦게까지 전등을 켤 수 없어서 도서관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와야 했으며 그로인한 오해로 머리끄덩이를 잡혀 다음날에 치뤄야할 시험을 망쳤다. 다른 한편의 나는 불우한 가정이기는 했으나 어머니의 헌신으로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길을 걸었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내바 탄생하였다. 자~~ 위의 상황을 보자면 똑같은 나의 이야기로 독자는 어떤 상황이 더 절실하며 반전의 이야기로 거듭나는 나를 원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는 나를 원할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을 해보면 사람들은 전자의 이야기를 선택하면서 거듭하여 반전하는 나의 삶을 원할 것이다. 작은 아픔쯤이야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니 그만큼 가장 처절하고 절실해야만 상대의 감정을 휘두를 수 있단 말이다.

<파이 이야기>는 절박함 끝에 삶을 유지했지만 세상은 그들이 믿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고싶어 한다는 가식적인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어쩌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벗어났다면 그들이 알고 있는 통념상의 삶의 굴곡만이 인정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일까지 벌일 수 있을까...하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니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믿든 말든 독자의 선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신은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내 별명이 싫은 것도 그 때문이다.

숫자가 영원토록 따라다니는 게 거북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일을 알맞게 마무리 짓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놓아버릴 수 있으니까.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가족은 정권이 바뀌고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이민을 가기로 결정하게 된다. 수영장의 이름을 딴 '피신 몰리토 파텔'은 소변을 보는 뜻의 파싱을 버리고, 중등에 진학하면서 파이 파텔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어쨌든 동물들을 가득 싣고 이민을 가던 파이 가족은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그대로 침몰하게 된다. 구명보트에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고 생각한 '파이'는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 허우적대는 '리처드 파커'를 마주하게 되고 극적으로 구해냈지만 미친 행동이라 깨닫는 순간, 때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예견하게 된다. 하루종일 노에 걸터앉아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고 굶주림에 처절한 상황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적 모습을 흔들리게 만드는데....

자~ 뒷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다리가 부러진 선원, 거부할 수 없는 욕구를 그대로 드러냈던 하이에나와 요리사, 부당한 상황때문에 화를 냈지만 힘이 없었던 오랑우탄과 엄마... 그리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고통을 이내했던 벵골 호랑이와 파이 파텔... 어떤 모험을 원할지 그것은 모두 저마다의 몫일 뿐이다.

한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인 파이의 계획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구명보트에서 밀어내봤자 수영을 잘 하는 호랑이였고 동원 가능한 무기로 그를 공격함에는 무모함이 있었으며 결국 자연의 법칙으로 소모전을 펼쳤을 때는 허무함을 느꼈다는 점... 결국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기로 한 파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면서 살겠다는 의지를 되살리는 그는 결국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한 벵골 호랑이와 남겨진 소년...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그를 살려 두기로 하고 살겠다는 의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낸 파이는 22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무엇이 사람을 살게 만드는걸까? 인간의 나약함을 보면서 다시금 발돋움을 하고 처절한 고통을 옅보며 그나마 행복하다 느끼는 인간... 어쩌면 매번 자신을 시험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삶을 살아내는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만나는 <파이 이야기>를 통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영상을 추억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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