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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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세계문학 276

『 마음 』

나쓰메 소세키 / 열린책들




우리 속담 중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람의 심리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솔직한 심정을 내비치기 전엔 사실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란 것... 아주 오래전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었었던 적이 있다. 사회초년생으로 모든 것이 서툰 시절에 유독 친절하게 굴었던 선배... 일이 끝나면 아주 가끔 술도 한잔 나눴고 이해와 배려로 내심 마음에 들었던 터였는데 어느날 선배의 누나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한번도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던 선배였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않는 나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거... 그 말을 듣고 의지가 약한 그의 선택에 오히려 겁이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연으로 나는 상대의 마음을 예견하기 전에 솔직한 심정을 물어보는 편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염세주의적 소설인 <마음>은 생각이 자리잡은 공간을 제때 드러내지 않아 오래도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선생님'의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뒤에 수록된 '선생님과 유서'를 제일 먼저 읽는다면 그의 모든 행동과 말들의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특정되지 않았던 '나'와 '선생님'을 통해 이 책을 만나는 독자인 나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듯 하다. 무엇이 되었더라도 마음이란 존재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니까...





나는 몇천만 명이나 되는 이 나라 사람들 중에서

오직 귀하에게만 내 과거를 들려주고 싶은 겁니다.

귀하는 진실하니까.

진실하게 인생 그 자체에서

살아 있는 교훈을 얻고 싶다고 했으니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화자는 '나'로 1887년 전후에 태어나 고등1~2학년즈음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당시 '선생님'은 1902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보다 열살정도 나이가 더 많았다는거... 여름 방학을 맞이해 해변에서 지내자는 친구의 초대를 받아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갑작스런 전보에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홀로 남아 바닷가의 기운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떨어뜨린 안경을 주워준 것에 대한 인연을 시작으로 나는 하숙집에 돌아와서도 선생님 댁을 찾았으며 한달에 한번, 친구의 무덤이 있는 조시가야 묘지를 찾는다는 선생님의 행보가 의아했으나 그저 사연이 있겠거니 싶었다. 특별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에 이끌렸던 나는 자신은 외로운 사람이니 찾아와줘서 반갑다는 선생님의 말에 연민을 느꼈던 것 같다.

한편 고향에 계신 어머님의 서신... 지병으로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나... 이후 하숙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재산 문제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비치며 여차하는 순간 인간은 악인이 된다는 선생님의 조언... 아직 학생 신분인 '나'는 '선생님'이 말하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세상을 뒤로한 채 아내와 조용히 전원생활을 즐기는 선생님의 삶에 연민을 느낀 것인지 나는 선생님의 존재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사상과 정서가 특별했기에 알고 싶었던 것... 이 모든 해답은 선생님의 유서 속에 들어 있었다.

<마음> 속 '선생님'이란 존재는 먼저 생을 살았던 한 인간의 여정을 통해 앞으로 살아내야 할 '나'에게 덤덤히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살아보니 이렇더라~"라고... 자신의 삶이 염세주의적이었던 이유가 이러했으니 '나'(선생님의 유서에서 '나'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아 '귀하'로 표현한다)는 힘든 삶의 굴곡을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특히 전하고자 했던 말을 미처 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평생 마음의 짐이 되었기에 다짐한 일이라면 머뭇거리지 말라고... 머뭇거리는 순간 기회를 잃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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