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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 시간을 파는 상점 』
김선영 / 자음과모음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평등은 시간뿐이다. 내 삶을 하나의 흰 도화지로 본다고 생각한다면 쉬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색을 입히면 입힐수록 퇴색되어 가는 색감을 돌이키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흰 도화지는 한 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두텁게 칠해지는 흰 물감으로 그동안 그렸던 것을 죄다 감출 수밖에 없다는 사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인간은 퇴색된 색을 깊은 내면에 숨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아이들과 함께 관람한 대학로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결핍을 모르는 아이들은 이만큼이나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문명 속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특히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장기화 되면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집 밖 청소년이 아니라 방콕 청소년이 되어 버렸다는 거... 청소년시기에 겪어내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전 생의 발돋움이라면 모쪼록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는 것... 부모의 욕심이겠지만 성실히 보낸 지나간 시간은 한편의 추억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소방관이었던 온조의 아빠... 화재현장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해 갑작스레 사망했지만 유언장만은 남아있다. 소방연수 중 미리 쓴 유언장에는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더해 앞으로 살아갈 온조의 '지금'의 시간을 응원하며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힘차게 헤쳐나가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그렇게 온조는 그저 나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다.
온조가 개설한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이번에 중점적으로 본 이야기는 첫번째 의뢰, 최신형 PMP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일 년 전... 교문을 들어서다 마주한 참혹한 현장... 당시 MP3를 훔친 친구가 자신의 범행을 들키고 학교 옥상 난간에서 몸을 던졌던 사건... 일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고 현장을 목격한 의뢰인 '네곁에'는 PMP를 되훔쳐 크로노스(=온조)에게 제자리에 갖다 놀 것을 의뢰했던 것...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이 떨리는 상황이었지만 우연스레 해결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장물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던거... 없어졌던 물건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보다 믿을 수 없는 의심이 번지면서 사건을 경찰에 의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 온조는 과거의 사건을 언급하며 훔친 친구의 그동안의 시간은 그야말로 공포였을거라며 넌지시 사건을 무마해 버리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수많은 유혹 속에 이성과 대립하며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을 만나면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중시했지 사건 하나로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사건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사건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규칙과 법이 있는 이유는 잘잘못을 판단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법으로 판단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는 차가운 외면보다 먼저 배려하며 인정해 주는 큰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조용히 말 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라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