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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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모퉁이 카페 』

프랑수아즈 사강 / 소담출판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책을 마주하다보니 문득 그녀의 비행이 생각났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지 6주만에 완성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영화로도 제작된 성공을 이루면서 거만에 빠졌을까? 프랑수아즈 사강하면 떠오르는 게 비행소녀뿐이었다. 한마디로 좋게 말하면 천재 나쁘게 말하면 똘끼... 그만큼 그녀의 변화무쌍한 삶은 독자들로 하여금 항상 궁금증을 유발했던 것 같다. 출간되는 작품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근거로 하여 날카롭게 지적하는 거침없는 문체를 선보였다면 이면의 과음과 마약중독 그리고 과속을 즐겼던 그녀의 취미를 보자면 개성강한 개인적 성향도 짙었던 자유스런 영혼인 듯 했다.

<길모퉁이 카페>를 보며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수많은 이별이 어떠한 색을 띄고 있을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파스텔풍의 부드러움이나 원색의 극단적인 아니라 표면에 빼곡히 스크래치를 남긴듯한 퇴색된 색깔의 이별이란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수명을 다해 죽음에 도래한 이별이 아닌 이상 아름다운 이별은 어렵겠지만 이 책에서는 프랑수아즈 사강만의 특별한 색이 들어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책속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낯설지 않다는 것... 현실에서 아니면 드라마에서 보았던 무수한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의 죽음을 변명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마지막 계단을 돌아내려오는데

갑자기 '삶'이 현관에 나타났다. (중략)

바깥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의 그는 정직한 발걸음으로 스텝을 밟거나 맨발로 해변을 거닐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진료소에 앉아있는 정직한 의사는 자신의 죽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르크의 병명은 폐암으로 앞으로 약3개월이란 시간이 남았음을 통보받는데 너무나 황당하게도 이와중에 그 못난 남자는 자신의 병명이 하늘이 도와 고급적인 병명을 갖게 되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족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도 아닌 한적한 '길모퉁이 카페'로 발길을 옮긴다. 역시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르크는 마지막 삶의 기로에서 어떤 다짐을 하게될지...

최근 죽음에 대한 존엄을 얘기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에세이, 소설, 다큐 등 많은 사연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인간의 마지막은 결국 죽음... 그 죽음을 무서운 형벌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금의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나또한 잘 살았노라 말 할 수 있게 덤덤한 이별을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서는 역시나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인데 역시 저자의 선택은 무척 과감했다는거...

<길모퉁이 카페>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가장 믿었던 아내와 절친한 친구의 이탈을 보여준 '비단 같은 눈', 재력을 가진 늙은 여자의 아픈 사랑 '지골로', 오랜 결혼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남편의 이면의 모습을 그린 '내 남자의 여자',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이별을 고하러 가는 길에 황당한 사고를 겪게되는 '왼쪽 속눈썹' 등이 인상깊었다.

우습게도 이 책을 읽고난 뒤 속이 후련했다. 책속에 들어있는 단편을 한편 또 한편 읽으며 공허함만 가득했던 감정들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쯤 후련함이 들었던 이유가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 가족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불안정한 이별이지만 나만큼은 안심할 수 있었던...

불안이란 감정은 인간을 벼랑끝에 내몬다. <길모퉁이 카페>가 바로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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