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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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프 미 시스터 』

이서수 / 은행나무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세상... 난 지금, 어디쯤 서 있는걸까?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지 벌써 3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아이들의 학교수업은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았다. 컴퓨터를 아예 못하는 것이 아닌 엄마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급코드를 이용해 접속 그리고 구글 플랫폼을 이용한 과제 제출과 각종 커뮤니티를 이용한 소통방법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와 협업이 잘 되었던 탓인지 한 번 알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척척해내는 아이를 보며 대견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난 어떡하지?란 걱정스런 마음도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배움의 길이 끝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갈수록 이해력이 딸리는 나를 보면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아는척 보다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보기도 한다.

어느날은 음식점을 하시는 친정엄마가 무인계산기를 들여놓으라는 기관의 연락을 받았는데 뭐가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탄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간편하고 눈치보이지 않아서 좋은데 발전된 기술에 익숙하지않은 어른들은 난감할만도 할 것 같았다. 앞으로는 진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난 괜찮은데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바로 <헬프 미 시스터>였다.

그저 본인이 선택한 세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간에 뒷걸음질치지 말고 당당하게 한 발자국 내딛어 보라! 말 하고 있지만 한 발자국조차 떼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바로 책 속의 인물들... 척박한 세상에 내가 설 곳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박상영 소설가가 말하듯 "볕들 날 없는 일상에서도 기어이 윤슬 한 조각을 찾아낸다"는 희망적 메세지가 가슴깊이 새겨지지 않았을까...하는 작은 소망으로 이 책을 만나본다.





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수습되어버린다.



한 집에 여섯식구가 끼어 살고 있다. 친정부모인 천식과 여숙, 나 수경과 남편 우재, 그리고 잠적중인 아주버님의 두 아들 준후와 지후... 아버지는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리고 딸내 집으로 들어왔고 엄마는 청소노동자로 일을 다녔다. 크지는 않았지만 월급쟁이였던 남편은 주식투자를 전문적으로 하겠다며 밤낮을 가리지않고 선물에 투자를 했고...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지만 준후는 며칠에 한번씩 들어와 안부인사를 했으며 그나마 눈치빠르고 착한 지후는 투정한번 부리지않고 똘똘히 자기처신을 잘하는 아이였다. 한마디로 수경의 집안은 여자가 가장이었다는거... 그 일이 일어나 그들의 모든 일상이 무너지기 전에는...

새로운 거래처와의 계약을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던 수경... 실적을 축하하고자 만든 회식자리에서 그토록 친했던 남자직원이 자신의 컵에 졸피뎀을 탓던 사실... 미수에 그쳤으나 수경은 그날의 트라우마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가장 안전한 집에서 나오지않게 된다. 무너져가는 일상 속에 더이상 숨어서 지낼 수 없었던 수경과 그녀의 가족은 조금씩 세상과 맞서 싸우기로 하는데...

애플리케이션과 SNS 등 정보통신의 발달은 우리의 근로 형때 또한 바꿔놓았다. 그것을 '플랫폼 노동'이라 하며 그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앱으로 이용한 배송서비스, 게임 아이템 거래, 택배 등이 모두 플랫폼 노동에 속해있다는 것... 앱을 제공하면서 수수료 등의 일정 수당을 받는 이들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순 있지만 일에 한정을 두면 어느순간 배제된다는 사실은 현실과 타협할 수 없는 약자임을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하는 길이 잘못된 길이라 생각되면 바로 멈춘다는 것... <헬프 미 시스터>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깨달음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이미 시작했기에 멈출 수 없다는 것은 핑계일뿐... 인간에게 고루 주어진 시간의 어느 정점에 멈춰, 자신과 마주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쉽지 않음은 알고 있다. 말처럼 쉬운 것은 없지만 스스로 다짐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의지를 내비치고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나 뿐만 아니라 주위의 응원 속에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의 지후가 얘기한 것처럼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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