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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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독스 』

나가우라 교 / 블루홀6





집안 곳곳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보면 필요없는 잡동사니들이 한 가득이다. 쓸 일도 없는데 왜 샀는지 모르고 정체조차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다. 어느날 단단히 마음먹고 깨끗이 치워버리고 속이 후련하다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쓸모없어 버렸다고 생각한 물건이 며칠이 지나면 갑자기 필요하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게 되는데, 왜 <언더독스>를 읽으면서 이 잡동사니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오합지졸 인물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패배자라고 하면 게임에서 진 사람... 더 나아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사람들이란 고지식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기가막히게도 사회에서 철저하게 버림받은 패배자를 등장시키며 세상을 향한 치졸한 절규를 이 책을 통해 격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언더독 효과'는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낮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승리하길 바라는 심리반응을 의미하는 것으로, <언더독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회적 약자임을 시사하고 있었고 결국 정의의 승리를 기원하며 써내려간 첩보스릴러였다. 어떤 스토리가 되었든 간에 독자들은 옳은 일을 행하는 자의 승리를 원하겠지만 과연 피비린내가 난무하는 현장 가운데 과연 무엇이 옳은 정의인지 파악할 수 있을까? 어쨌든 "살고 싶으면 생각해!!" 이 한마디가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다.





Despair makes cowards courageous

절망은 겁쟁이를 용감하게 만든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관료였던 고바 게이타... 상사의 업무지시가 잘못된 방향인줄 알면서 반항할 수 없다는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시켰던 고바... 결국 비자금 조성 사건에 휘말린 그는 가족을 미끼로 삼은 그들에게 처절하게 버려지고 만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증권회사에 몸을 담고 조용히 지내던 중, 고바를 헤드헌팅으로 고용하겠다는 인물이 나타나게 되는데...

1997년 7월 1일...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고바 게이타에게 이탈리아 대부호인 마시모 조르지아니가 찾아와 헝밍은행 본점에서 버뮤다 제도로 향하는 대량의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를 가로채 오라는 임무를 제안하게 된다. 마시모가 제시한 조건에 고바의 선택은 딱! 두가지!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죽음...? 결국 거부할 수 없다는 압박에 고바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고작 일개 직원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인 자신에게 목숨을 건 위험한 제안을 하다니... 게다가 그가 원하는 자료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핵심 인사들의 투자기록 그리고 당연히 위법에 해당하는 것들이 들어있다고 하니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생각을 정리하자 싶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자신과 함께 버려진 상사의 가족 동반 자살사건을 마주하게 된 고바는 제안을 받아들여 홍콩으로 향하게 된다. 그저 비밀리에 접촉해야 했던 자신의 팀... 그들의 사연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자신조차도 믿어선 안되는 처절한 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거... 수많은 돈의 유혹과 자료를 차지하려는 강국의 저지는 그야말로 피터지는 싸움을 예상케 했고, 제거해야 할 스파이기 누구인지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언더독스 팀의 세상을 향한 절규와 피비린내 나는 그들의 역습이 시작 된다.

한 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 했다. 

약자였기에 모든 기록을 머리에 새겨야했고 살아 남아야 했기에 치밀한 생각의 조각을 맞춰야 했다. 빛나는 홍콩의 야경을 그려낸 <언더독스>는 광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며 한치의 인정없는 희생자를 만들어 내는데, 패배자란 이름으로 더욱 절망을 맛보게 한 권력자들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 아무도 패배자의 죽음을 알지 못했고 지금도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 권력에 휘둘려 죽음에 이른 언더독들의 이름은 과연 어디에 새겨질 것인가? 독자는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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