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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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세계문학

『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새움





지금까지 살아내면서 당당하게 내 삶에 최선을 다했노라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저 <노인과 바다>를 보면서 늙어 힘이 빠진 어부의 힘겨운 사투로만 이 책을 만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말해주고 싶다. 이유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싸웠던 그의 사투는 나 스스로의 인정이었고 자신을 믿고 있는 누군가와의 무언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빛나는 눈 속에서 의지를 보았고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던 신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다시만나는 이 책에서 나는 소년 마놀라를 보기로 했다.




이번에 만난 <노인과 바다>는 중년의 내가, 나의 부모님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님의 모습과 마주하며 소년의 시각으로 읽어나갔다. 마치 정년퇴임 후 삶의 낙을 잃은 부모에게 삶의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니 지치지 말라고... 때가 되면 밥을 챙겨 먹고 어디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며 어떤 일이든 하실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 자녀의 위로와 격려 속에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서는 우리내 부모의 모습이 산티아고 할아버지와 연결되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이야기... 나이들어감에 속상해 하는 부모는 그저 곁에서 말을 건네주고 곁을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데,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떻게 부모를 마주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비집고 나왔다.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은 번역의 오묘한 세계를 말하며 단어의 뜻만 달라져도 작품의 의미 또한 달라지는 해석을 통해 본래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고 했다. 이런 오역을 바로 잡아 다시 탄생시킨 <노인과 바다>. 아마도 이 책을 만나는 독자는 산티아고 할아버지의 힘겨운 사투뿐만 아니라 끝까지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던 소년 마놀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길 위쪽, 오두막 안에서,

노인은 다시 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는 중이었다.



맥시코 만류의 한적한 바닷가... 오랫동안 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을 '살라오'라하며 소년의 부모는 다른 배에 옮겨타게 한다. 5살때부터 그와 함께 한 소년은 매번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을 보며 슬픔에 잠겼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도와 곁을 지킨다. 감겨진 낚시줄과 갈고리, 작살과 돛을 옮기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마치 패배의 깃발처럼 보인다 느꼈다. 눈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노쇠했던 산티아고 할아버지께 소년 마놀라는 예전으로 돌아가 함께 배를 타자고 제안하지만 노인은 행운의 배에 있어야 한다며 소년의 제의를 만류한다. 아침에 일어나 소년을 깨우고 소년은 노인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데 아마도 이 시간이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무언의 신의로 다시 항해를 시작했던 노인... 거대한 물고기를 만난 노인은 힘겨운 사투를 벌이면서 소년을 생각한다. 자신을 이상한 늙은이라 했고 의미없었던 수천번의 입증을 이번 기회에 다시 잡겠다고... 자신을 향한 소년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위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고 그로인해 무한의 힘을 발휘했던 것이 아닐까? 문제는 어렵사리 잡은 물고기를 상어떼가 물어뜯었을 때 또 한번의 고난과 마주했던 것... 그럼에도 돌아갈 곳 있다는 것에 위안삼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울컥했던 순간이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만날 수 있었던 <노인과 바다>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주며 삶의 끈을 부여잡는 힘을 선물한다. 그 끈을 마주잡은 이는 결코 그 끈을 놓지않을거라고... 아이를 키우면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다. 이를 적확하게 보여준 사례가 노인과 바다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 책에서는 소년이 아닌 노인의 의지로 보여줬지만 모든 인간은 과정속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생을 마감할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들을 겪어 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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