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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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걷힌 자리엔 』

홍우림 / 흐름출판






아주 어렸을 적,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에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손등이 갈라질 정도로 밖에서 놀던 때가 있었다. 드넓은 논밭에 벼를 베고 남은 자리가 두텁게 얼어붙었는데, 얼음썰매를 타던지 아니면 얇은 부분을 깨트리면 무수히 많은 미꾸라지가 겨울잠을 자고 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때문에 구석구석 얼음을 깨고 다녔다. 해가 넘어갈즈음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있는데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 미꾸라지들이 겨울잠 자는 자신들을 깨웠다고 화가나 뱀으로 변신해 잡아간다는 것... 어린 마음에 기겁한 나는 다음부터 절대 얼음을 깨지 못했다는 추억이 떠올랐다.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젤리빈이란 필명으로 만든 웹툰을 소설로 각색한 것으로 기담 소설이면서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덕목, 인의예지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잉과응보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기묘한 이야기다. 과연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은 어떤 것이고 그것을 해결해 준다는 오월중개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




청계천 북쪽 조선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어느 모퉁이를 돌면 '오월중개소'를 만날 수 있다. 이름은 최두겸, 미술품과 골동품의 중개인이라 알려져 있지만 실은 보통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릴적 그가 살던 동네엔 귀신 잡아먹는 우물이란 곳이 있었는데 소년이었던 두겸은 미신을 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주받은 물건으로 아이들이 미쳐갔고 동네 어른은 귀신이 들린거라며 우물에 던져버렸다는 사실... 게다가 자신의 동생까지 발작을 일으켰는데 산 채로 묶여 우물에 버려졌고 두겸마저 버려지고 만다.



죽었나 싶어 눈을 떠보니 암흑속에 비친 짙은 푸른색과 녹색이 섞인 눈동자는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끔찍하게 망가져 버린 뱀 치조는 자신보다 타인을 가엽게 여기는 두겸의 마음에 감명받아 소년을 살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소년은 보통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듣게 된다.



아이는 계집아이로 키운다.

글자도 글도 가르치지 않는다.

부족함 없이 먹이고 입히고 놀려라.

저 머리가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계집으로 길러라.



어느날 오월중개소에 자신의 영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무언가가 있다며 찾아온 토지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다른 존재였던 그는 소란을 피운다는 인간령을 불러오게 되는데... 이름은 오고오, 대대로 아들이 귀한 가문의 장손이었지만 상어와 같은 반골을 타고 태어나 저주의 아이라 불리며 계집으로 성장하게 된다. 다행히 작은집에 아들이 태어나 집안어른들의 한숨을 거둬가는 듯 했으나 사촌은 이내 명을 달리했고 대를 잇기위해 오고오를 혼인시키려 했다. 기가막힌건 돼먹지 못한 집안을 대표하라는거냐며 탈피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이어지는 놀라운 이야기는 거침없이 이어진다. 게다가 인간으로 변해버린 치조는 성장한 최두겸을 찾아와 함께 하게 되는데... 나의 삶이 절대적으로 헛된 것이 아님을 말하며 심금을 울리게 한 소설이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이 아니라 역경을 이겨내고 어둠이 걷히면 빛을 드러낼 것이라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 바로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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