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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편지...
생클루역을 지나 디어링가로 가는 리지 웨스트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미국의 유명화가 빈센트 디어링씨의 딸을 가르치고 있었던 그녀는 공부에 관심도 없고 말도 듣지 않는 아이를 상담하기 위해 그와 마주하게 된다. 디어링 부인은 병을 앓고 있었기에 딸의 교육에 그가 개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후 몇번의 대면으로 그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뭐? 임자가 있는 유부남과 바람을 핀다고? 그의 고풍적이고 귀족적인 말투는 굳건한 의지의 리지를 조금씩 무뎌지게 만들었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리지는 나름 조신한 여성으로 사랑의 말은 겉으로 내뱉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항상 그를 향해있었고, 유산 문제로 떠나면서 잊지않고 편지를 하기로 약속하는데... 도착해야 할 편지는 소식이 없었다.
'거짓말 위에 세워진' 행복은 언제나 무너졌고,
그 폐허 밑에 주제넘은 건축가를 묻어버렸다.
'결혼에도 예습이 필요하다'란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결혼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의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살아보고 결혼해야 후회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서로의 형편을 재고 삶의 질을 따져가며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 책 속의 리지도 디어링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한 정착지라고 생각했었다. 과연 이러한 삶이 행복을 가져다 줄까? 그리고 되돌아오는 대가는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의무였을까... 혹은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