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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2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월
평점 :
박노해 사진에세이 02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
박노해 / 느린걸음
단순하게 살아야지...하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는 나... 무슨 큰 일이 벌어졌다 싶으면 밥도 넘기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해 밤을 지새던 때가 있었다. 해가 지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날들이 늘어나고, 인생이 그저 그런거라며 나를 도닥이기도 했다. 그렇게 단순해지려니 뱃살만 두둑해, 느긋하다 못해 게을러지기까지 했다는거... 또 단단하게 살아야지... 했던 다짐은 이넘의 입방정때문에 단단함이 무뎌졌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지켜봐 주면 늦더라도 알아서 할 것인데, 몸이 먼저 움직여 결국 내 손으로 정리하면서 서두르라며 잔소리를 해댄다. 옛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거늘 잠깐을 참지못해 단단히 타오르는 촛대의 불을 꺼버리고 말았던 나... 단아하게 살고 싶었는데... 삶이 고단하여 우악스러워졌다. 무슨 일을 하던간에 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니 뭐 어쩔 도리는 없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는 세상 속에 살아 숨쉬는 우리들의 일상을 단순하고 단단하게 그리고 단아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니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으라고...
단순한 살림으로 삶은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앞은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주위가 다 눈이 부신
내 생의 모든 아침은 바로 그대이다.
내 사랑은 이것이면 충분했으니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랑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희망은 단순하고 믿음은 단단하게... 그리고 사랑은 단아하게... 큰 걸 바라지말고 단순한 희망으로 기쁨을 맛보는 것이 삶의 진리다. 그런 단단한 믿음으로 삶을 영위한다면 삶의 마지막에 후회는 없을 것... 유랑의 시인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척박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았고 가난 속에 미소를 잃지않는 희망을 담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터전을 찾아 음지로 스며들었던 사람들... 작은 터전에서 찾은 희망으로 겹겹이 쌓아갔던 그들의 삶... 작지만 그 속에서 가족애와 사랑을 찾았던 사진 속의 한 장면... 한 장면...
무언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누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왜 우리는 소박함을 버리고 얻으려 하는 욕심만을 차지하려 하는걸까? 가진 자의 불안보다 가지지 않은 자의 불안이 작다는 걸 왜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건지...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를 통해 작은 기쁨이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