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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평점 :
박노해 사진에세이 04
『 내 작은 방 』
박노해 / 느린걸음
이 책을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마음의 방을 떠올리게 됐다. 내 마음의 방은 물처럼 흐른다. 변함없이 꽉 채워진 물도 좋으나 고여있는 물은 결국 변색되거나 퇴색하여 썩기 마련이니, 난 그저 아주 천천히 물을 흘려보내고 다시금 채우기를 반복한다. 조금씩 변화하는 삶... 난 그런 삶이 참 좋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채우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은 좋은 글귀나 책을 통해... 또 어느날은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또 다른 날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렇게 천천히 채워나간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 내 작은 방>은 나의 집에서 시작하는 인생이 사실은 위대하지만 가장 작은 방인 자궁에서 시작해 결국 한 평의 땅 속에 묻히니 인간의 삶은 그저 작은 세상의 찰나의 순간일 수 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내 작은 방에서 비롯된다.
내 작은 방은 내가 창조하는 하나의 세계,
여기가 나의 시작 나의 출발이다.
박노해 시인의 방엔 고요와 여백만이 가득하다고 한다. 거기에 자신의 삶에 꼭 필요한 최선의 것을 택해 닳고 낡을 때까지 오래도록 쓰는 것... 그것을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라고 표현한 시인은 그저 그것 또한 창조된 하나의 세계라고 말했다.
여전히 유랑생활을 하는 시인... 세계 곳곳에 있는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이 책은 모든 것이 부족해 보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은 읽는 독자의 눈길을 끄는 힘이 있었다. 무소유로 인한 행복... 가진 것이 없는데 무엇이 행복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갖지 못한 사람들의 작은 소유는 그만큼 큰 기쁨을 가져다 주기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그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 할 것이다. 책 속의 사진은 무척이나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은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척박한 땅, 그도 아니면 강 한 가운데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속내를 알 길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있음에 행복하다 말하는 이들... 우리는 그 작은 세상 속에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내 작은 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을 시작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 작은 세상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세상과 마주하여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격변의 세상이지만 숨어서만 살 순 없으니 이제 시작해 보자고... 그리고 원없이 나아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