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호로 역 광시곡 』
미우라 시온 / 은행나무
코로나로 꼼짝하지 않는 요즘... 분기별로 만나던 친구들도 이제 전화로만 안부를 전한답니다. "친구야~ 안녕? 잘 지내니?"라고 물었더니 "응~ 난 안녕하지 못해" 이 무슨 뜬금없는 반어법이란 말입니까? 얘기를 들어보니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모두의 사정들을 쉴새없이 얘기하며 훌쩍이는 친구... 그리고 남편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너만 그런게 아니고 지금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니 그만 좀 징징대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하소연을 해댑니다. 우습게도 솔직히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조용히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어... 조금만 더 고생하면 괜찮을거야"라고 얘기해줬는데, 또 그 말에 펑펑 울어버리는 친구... 제가 '마호로 역 시리즈'를 읽고 있어서일까요? 이 친구에게 <다다 심부름집>을 소개하고 싶어졌답니다.
<마호로 역 광시곡>에서는 마호로 마을 사람들의 대반란이 시작되는데요... 가슴조리며 웃고 울게 만드는 찐한 사연이 들어있답니다. 그 중심엔 당연히 변변찮은 다다 심부름집의 두 남자, 다다와 교텐이 있습니다. 수수하지만 전혀 수수하지 않고 피곤해 하지만 결국 뭐든 것을 이뤄주는...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이 남자들을 어쩌나요?
너는 혼자가 아니야.아마 나도.이 도시에서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와그래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살아 있는 한.
너는 혼자가 아니야.
아마 나도.
이 도시에서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와
그래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살아 있는 한.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소중히 보냈던 나의 삶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래서 마호로 역 시리즈 마지막편 <마호로 역 광시곡>을 만나면서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소네다 기쿠코 할머니는 아들대신 문병을 왔던 다다를 보며 기억을 잃은 것처럼 장난도 친답니다. 그렇다고 건강이 좋아지신 건 아니지만 위급한 상황이 오면 역시나 아들보다는 다다를 먼저 찾게 되지요. 게다가 잊혀진다는 걸 두려워했던 할머니에게 자신이 기억할거라며 넌지시 말을 던지는 교텐은 왠지 든든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리고 투덜할아버지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못하는 의지의 애처가였던 오카... 매년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버스회사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다다 심부름집'에 없어선 안 될 단골손님이었죠.
특히 잔혹한 야쿠자면서도 절대 아니라는 호시는 어쩌면 협상의 대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은 거칠지만 다 들어주고 잘못된 일에는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도 할 줄아는... 또 골목대장으로 마호로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꼬마대장일 수도 있겠네요.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당연히 다다와 교텐입니다. 다다가 교텐을 말하기를 끝까지 친구는 아니고 빈대라거나 굴러들어 온 거, 물건 취급하듯이 이렇게 말하지만 교텐이 곁에 없으면 불안해 한답니다. 교텐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돌아올 곳은 바로 다다 심부름집이란 걸 압니다.
큰 행복만이 기쁨을 주는 거 아니에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페에서 차 한잔 여유로이 마시며 독서를 하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잖아요. 이렇게 작은 행복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그 행복이 점점 커질 것이고 그만큼의 행복을 조금씩 더해가는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해요. 시린 겨울이지만 마음만은 포근히 감싸준 <마호로 역 시리즈>는 독자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겁니다. '다다 심부름집'의 두 남자, 만나보지 않을래요?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