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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미우라 시온 / 은행나무
"너무 추워서 이불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은데 나 대신 화장실 좀 다녀와 줘!"
느긋한 주말... 아침에 일찌감치 눈을 떴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은 늦장을 부리고 싶어서 책을 읽고 있는데 뜬금없는 소리를 해댄다. 뭐든 걸 다 해줘서 다다 심부름집이 아니냐며 반쯤 감긴 눈으로 쓸데없는 주문을 해대는 목소리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등짝을 노려봤다. 그렇게 터진 웃음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을 제대로 다시보게 됐다.
원래 심부름집이라고 하면 뭐든지 들어줄 것 같지만,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는 거... 화장실뿐만 아니라 학교나 회사에 대신 출석할 수 없고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데다, 혹시나 나쁜 범죄에 가담해 달라고 하면 어쩌나...싶기도 했다. 특히 심부름집이라고 하면 불량스런 외모와 거침없는 언행에 어둠의 그림자에 속해있는 듯한 느낌에다 제2금융권, 조폭 등을 연상하게 되는데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법에 어긋나는 행위는 거부하고 사소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도맡아하는 그야말로 내가 귀찮은 것을 대신 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이런 이야기는 필연적인 법칙이 있다. 따뜻하거나 아니면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시리거나... 그리고 중요한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그려낸다는거... 뻔한 스토리에 감동하고 함께함으로써 치유되는 상처는 결국 치유와 회복을 보여주는듯 하다.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해도
의뢰를 맡은 이상 말끔하게 완수할 것.
그것이 지역에 밀착해 일을 하는 심부름센터 주인,
다다의 이념이었다.
별 볼일 없는 듯 하지만 별 볼일 있는 '다다 심부름집'은 도쿄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하기 싫고,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싫은 일을 맡기는 곳이 바로 다다 심부름집... 그곳을 운영하는 다다 게이스케는 착한 아들 역할의 문병이나 개를 대신 돌보는 일, 정원정리나 헤어지고 싶은 애인 떼어내기 등의 잡다한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의뢰인의 요청으로 강아지를 돌보다가 잃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잃어버린 강아지를 안고 있는 고교동창 교텐을 만나게 된다. 당시 아예 말을 하지 않았던 친구였기에 친구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단기에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만큼은 기억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행색도 누추한게 꼭 집밖으로 쫓겨난 불량배 같은 모습으로 사무실에서 하룻밤만 재워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되었는데 그것이 더부살이의 시작이 되었다는 거...
그렇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상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는 추운 연말의 따뜻한 메세지로 가슴깊이 물들여 온다. 무심한 척 건네는 잡다한 대화에는 관계를 이어가는 마음 씀씀이가 존재했고 민폐가 되지 않으려는 침묵은 서로를 단단히 연결해 주는 믿음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교텐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사실 이 사고의 원인 제공자는 게이스케... 여전히 마음의 빚이 남아있는 듯한 모습에 교텐은 새끼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보다는 차갑지만 조금씩 문질러 주면 온기가 돈다며 상처는 회복 가능하다는 말은 전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아픔을 아는데도 아프지 않은 척... 아팠던 적이 없는 척... 그렇게 스스로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건 나뿐인데도 말이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선 두 이혼남의 매력을 숨겨두었다. 다음 편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이 이어질거니까... 자~ 다음 여행을 떠나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