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던 건 음악이었다. 당시 미니카세트에 테잎을 넣으면 잡음 섞인 음악이 흘렀고, 조용히 움직여 도서관 한쪽 끝에 자리잡은 후 이어폰 밖으로 음악이 새어나갈까봐 볼륨을 최대한 낮춰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발라드 음악에 휘둘려 모든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을 때가 있었는데... 추억을 회상하다보니 이번에 만날 책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다는 소개와 애절한 사랑의 노래로 독자의 가슴깊이 스며든다고 하는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너무나 어울리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마지막이지만 왠지 마지막이 아닐거라는 희망을 보여주며 진짜 사랑의 지침서와 같은 메세지를 전해주는데 잔잔한 문체와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갈 정도로 쉼없이 미소짓게 만들었던 스토리였다. 어떤 상황이든 절망은 없으니 희망의 끈을 잡고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의 위안을 전해줬던 이 소설... 짧지만 결코 작지않은 사랑의 결정체를 마주하며 오늘도 마음껏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노래하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는 느낌이 들어.
미래라든지 과거라든지,
그런 것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거든.
시 쓰기가 유일한 취미였던 미즈시마 하루토... 자신은 아니라고하지만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던 도사카 아야네... 이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들어 보실래요?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가진 아야네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나누지 않는 아이였다. 누가보더라도 뛰어난 외모에 의지가 강하고 당당해 누가 접근을 하더라도 관심끄라는 차가운 대꾸만 돌아올뿐... 문예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미즈시마는 담당선생님께 자신이 쓴 시를 제출하려 교무실에 갔다가 아야네와 마주하게 된다. 선생님은 쑥스럽게도 그 자리에서 소리내어 시를 읽었고 누구에게도 자신이 시를 쓴다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았던 미즈시마는 비밀에 붙여달라는 부탁을 하기위해 교무실 밖에서 아야네를 기다리게 되는데...
자신이 말하기도 전에 "미즈시마, 너 시 써?"라고 물어오는 아야네... 삼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자작곡을 준비해보라는 권유를 받아 곡은 썼지만 도무지 글을 입히는 것은 어렵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이러한 우연으로 동아리실에서 만나 음악을 듣고 작사를 하기 시작하는 두 아이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발달성 난독증으로 글을 읽을 수 없었던 아야네는 노래를 통해 도망을 치는거라고 고백하고, 일찌감치 부모를 여윈 미즈시마는 조부모에게 은혜를 갚기위해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는 거... 하지만 도망을 하기 위해 노래를 한다던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고 안전한 직장을 원했던 미즈시마의 시는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었던 것... 과연 이들은 어떤 길을 가게되는 것일까...?
누가 그랬더라? 사랑은 아프지만 영원하다고... 뻔하디 뻔한 사랑의 노래로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던 내가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아픔을 겪었기때문일거다. 읽는내내 몇번이나 가슴을 쓰려내리면서 몇번이고 응원을 했지만 쉽지않았던 아픔... 어쩌면 나 스스로도 지금의 행복을 금새 잊어버린 바보였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또 한번 눈시울을 붉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지막 노래는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기에 왠지 끊임없이 재생되는 듯 했던 느낌이었다.
올 겨울... 진정한 사랑이 그리워진다면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를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