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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만나면서 인간의 삶은 고통이라 생각했는데, 저자 채사장은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적막한 땅과 분열된 인간, 의지의 종교로 인한 믿음의 잔혹한 행위, 그리고 절대 권력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그려낸 이 소설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건 결국 인문학이었다. 티비 강연이나 책을 통해 인문학을 접했던 나는 인간이란 수없이 가해지는 외부자극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없이 곧은 의지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 이 모든 의지와 결정, 그리고 행위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란 것으로 인문학의 끝은 결국 나라는 존재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채사장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 <소마>는 한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을 그려내며 삶의 여정이 무척 고단하고 불굴의 의지로 매번 이겨내고 있지만 돌봐야 할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았음에 허무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린 삶을 보여준다.
나에게 세 가지를 바쳐라.
작고 작은 자여, 너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바쳐라.
그러면 선물을 주겠다.
화살을 주겠다.
그러면 너는 커다란 자가 되리라.
세상을 호령하게 되리라.
세상이 너에게 머리 조아리게 되리라.
궤적을 따라 화살을 찾는 소마... 아무리 달리고 달려보아도 찾을 수 없던 소마는 집으로 되돌아 오지만 그를 마주한 건 폐허가 된 마을... 거대한 불에 소실된 그곳엔 썩은 시체냄새만이 그득했다. 얼마나 헤매었을까? 목에 밧줄이 감긴 채 길게 누워있는 어머니를 발견한 소마는 시체를 탐하려는 까마귀의 눈을 노려보다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이후 자신의 이름도... 목소리도 잃은 소마는 아데사 가문에서 사무엘이란 이름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교도의 부정한 아이였던 그는 그곳을 벗어나 연합왕국의 그리스도 기사단에 입단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혹했던 그의 삶은 그저 숨을 쉬기에 살아있는 것 뿐이었다. 평온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그의 삶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던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쉽사리 덮지 못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아마도 이 문구가 <소마>의 전부를 말해주는 듯 싶었다. 인생에 있어, 나 자신을 다듬어 목표한 바 대로 삶의 길을 찾는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에서 말하는 주님 말씀을 따라 불신자와 이교도를 잔혹하게 말살하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계략은 그저 어리석은 인간의 헛된 욕망일 뿐... 숨죽여 끝까지 소마의 등 뒤를 따랐던 저자가 한참을 울었고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을 보고 결국 나도 울게 되었다. 고통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쉼이었다는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