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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7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 백야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문학동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를 만난 첫 작품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지독히도 처절한 굶주림에 인간의 내면을 심판하는 듯한 작품에 넋을 잃기도 했었는데, 얼마전 만난 <백야>의 몽환적 사랑은 갈구하는 듯한 인간의 애틋한 감정이 세상을 품어안은 듯 이상적 사상을 주입하는듯도 했는데, 역시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공상적 유토피아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한다. 모든 인류가 형제이며 이를 기초로 전세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이상적 사상, 그것이 바로 공상적 유토피아 사회주의다.
<백야>를 중심으로 여러 단편이 들어 있는 이 책에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만의 색깔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냉정한 현실 속의 인간은 가난, 의심, 번뇌, 과욕 등의 욕망으로 어둠을 향해가고 있으며 희망을 보더라도 그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이상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네거티브 사상을 보여주고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를 던져주면서 그럼에도 끝난 것이 아니니 "속물의 근성을 가진 인간들이여~ 변화해라!"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현실을 직시하라는 조언일 수도 있고... 그러니 <백야>를 읽기전에 나의 의지를 단단히 붙잡아야 할 것이다.
당신은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토록 재빨리,
그토록 돌이킬 수 없게 시들어버렸음에,
당신 앞에서 그토록 환히 빛나던 그 아름다움이
모두 거짓되고 헛된 것이었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음에 가슴 아파한다....
<백야> 소소한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 자신의 친구인마냥 인사를 나누는 몽상가... 운하에 기대어 울고있는 여인을 보고 한 눈에 반한 그는 자신이 품었던 마음을 숨긴 채 심장을 내어주고 만다. 인간의 사랑은 쉴새없이 빛나지만 흔들리는 감정을 통해 쉼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한마디를 통해 모든 어둠을 긍정적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마음> 또한 인간의 나약한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신으로인해 모두가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바샤 슘코프의 이야기다. 문제는 행복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드러나는데 그 또한 거짓이 아니라 말하니 <정직한 도둑>은 자신을 내버리고 만다.
특히 이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인 <악어-예사롭지 않은 사건 혹은 파사주에서 일어난 돌발적 사건>이었는데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이상한 사상에 홀리게 한 작품이었다. 사람을 삼킨 악어... 당연히 배를 갈라 구해낼 법도 한데 상거래 위기의 경제적 보상을 운운하며 의견이 나뉜 사건이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 보상이라니... 현대사회 속에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우리를 제대로 비판하는 탐욕적 인간상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또 어느 인물의 수기라던 <보보크> 또한 같은 맥락을 하고 있는데 작품하나로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버린 나는 기분도 전환할 겸 어느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죽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는 점... 게다가 죽어서도 현실과 다르지 않은 권력 다툼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타락한 인간은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씁쓸함을 보여줬다.
<농부 마레이>는 실제 모델을 회상한 작품으로 어린 주인님을 통해 온정의 메세지를 남겼고, 자신의 잘못을 잊지 못한 채 버거운 사랑의 도피로 자신을 창문밖으로 내던졌던 <온순한 여인>은 진정한 사랑의 처절함을 그려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아홉 편의 중단편은 결국 인간중심의 사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자신만의 의지를 삼는 것도 나 자신이며 누구의 조언이나 격려에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 또한 나 자신임을 일깨워주는... 겸허한 삶이어야만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메세지가 가슴깊이 새겨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