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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6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평점 :
『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
니콜라이 고골 / 을유문화사
러시아의 대문호라 일컫는 니콜라이 고골... 처음엔 겁부터 났고 다음엔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에 정신집중을 하게 되었으며 마지막 첫장을 펼쳤을땐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답니다. 학생시절 비오는 날의 교실이 연상되었다고나 할까?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해를 가린 비구름... 그렇게 어둑히 비가 오는 날, 수업은 둘째치고 선생님께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었지요. 짧은 밀당끝에 조근조근 음침한 목소리로 들려줬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정적 속 작은 소리에 기겁해하면서 교실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렀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벌치기 루디 판코가 안내하는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로의 초대... 다닥다닥 붙어서 수수께끼를 내면서 기이한 이야기를 펼치다는 밤의 모임, 이곳만큼 기이한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을거라며 한번 와 보라고 하네요? 창작 설화와 구전 설화가 들어있는 이야기는 예쁜 여자를 얻기 위해 마귀와 악귀를 불러내고 나약해진 인간의 악의를 드러내어 결국은 죄의 대가를 치러야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는...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교훈적 이야기지만 여전히 설화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당연한 이치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1부 2부에 들어있는 단편 설화 여러편과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싸운 이야기, 마차, 그리고 로마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이야기중에 제목에 포함된 재미있는 단편, 몇가지를 소개해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 저희 집에 오시려면
'디칸카'라는 표지판이 있는 길을 따라 곧장 오셔야 해요.
전 여러분이 가급적 빨리
저희 마을에 들르시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첫 페이지에 이걸 실은 거예요.
알면서도 재미있고 뒤돌아서면 섬뜩한 느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던 이야기는 바로 '소로친치 시장'이었어요. 소러시아의 여름은 짐마차들이 대열을 이뤄 북적대는 시기로 기쁨과 환희에 차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늙은 말을 장터에 팔려고 나왔던 체레빅의 딸 파라스카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있었답니다. 둘은 한눈에 반했지만 마녀같은 계모의 모략으로 위기에 처하고 말지요.
드디어 나오는 붉은 스비트카의 저주... 지옥에서 쫓겨난 악마가 난봉꾼으로 변해 방탕한 생활을 하다 결국 스비트카를 저당잡혀야 했습니다. 딱 일년 뒤에 찾으러 올테니 잘 간직하라는 약속을 했는데 금화 5개에 약속을 어기고 말지요. 결국 악마의 스비트카에 저주가 깃들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겪게 된 상황에 갈기갈기 조각내 버리고 맙니다. 그것이 소로친지 시장에 여기저기에 숨어있다는 것이지요. 이 무서운 이야기를 이용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통쾌하기도 하지만 섬뜩한 기분을 남겨 준답니다.
또 교회의 사제가 이야기 해 준 실화 '성 요한제 전야 : 동화'... 이야기를 잘하셨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였는데요. 사람의 모습을 한 마귀가 자주 나타난다는 가난한 작은마을의 이야기... 찢어지게 가난한 남자가 여인을 얻기위해 마귀와의 거래를 하게됩니다. 고사리꽃이 피어나면 바로 꺾은 후 절대 뒤돌아 보지말라고...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 금궤를 얻기위해 마지막 한가지 일을 더 해야 했다는 것, 바로 여인의 어린 동생의 목을 베는 일이었습니다. 과연 그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특히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에서 제외된 작품, 아버지의 부를 이용한 허세와 권태를 보여주는 '마차', 젊은 공작이 동경했던 파리의 환멸을 보여준 '로마' 또한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바람뿐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결국 자신의 의지에 의한 노력이 아니라면 그 가치는 상실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초자연적 운명을 이겨낼 수 없었던 나약한 인간들... 자신의 타고난 운명을 믿어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삶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악마의 힘을 빌어보기도 하지만 결국 달콤한 거래는 그 뒤에 생각지도 못한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를 보여줬던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단순한 설화가 아닌 권선징악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며 욕망에 의한 이상을 꾀하려는 인간에게 거침없이 처단하는 죄의 형벌은 지금을 살고있는 모든 이들에게 문학만이 전할 수 있는 적지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벌치기 루디 판코의 말처럼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한번 와 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