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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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추운 날에 뜨거운 눈물을 보이게 하다니... 이 책은 반칙이다. 잊을 수 없는 맛을 선보이는 따듯한 밥상을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생의 마지막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깃든 이야기라니...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이 뭉클하게 전해오는 느낌은 무척이나 기분좋았다.

작은 동네로 이사오면서 친하게 지낸 동생이 있었다. 웃으며 "언니~ 식사하셨어요?"라고 매번 나의 끼니를 궁금해 했던... 몇 해 전에 암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동생은 그렇게나 남을 걱정해주던 친구였는데 얼마전 재발 소식과 함께 수술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않아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라이온의 집, 마돈나가 인생을 촛불에 비유하며 스스로 불을 붙이지도 끄지도 못하는 기다림을 얘기했을 때, 결국 나도 참았던 눈물을 쏟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때까지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힘들었었는데 한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못할정도로 감정이 이입되었다. 촛불에 불을 밝히면 몸이 다 녹아없어질 때까지 누군가의 빛이 된다는 것... 그 빛이 소멸할 때까지 자신의 모든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촛불이라는거... <라이온의 간식>은 마지막까지 빛이 된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처음은 라이온의 집 대표인 마돈나가 우미노 시즈쿠에게 보내 온 당부의 편지로 시작한다. 라이온의 집에 올 때, 배에서 보는 정경이 참 아름다우니 이왕이면 배를 타고 오시는 걸 추천한다고...

암환자인 우미노 시즈코는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선고 받고 인생의 마지막을 라이온의 집에서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홀로 레몬섬에 도착한 시즈코는 섬의 활기찬 분위기와 따뜻한 공기에 기분좋은 인상을 받았고, 특유의 요양원같은 딱딱함이 아닌 특별한 공간과 가족같은 분위기는 왠지 편안함을 느끼게 했지만 가끔씩 밀려드는 통증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게 했다.

라이온의 집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일요일마다 간식 시간이 열리는데 매주 한 사람의 사연을 뽑아 추억의 간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두가 타인의 추억을 회상하며 여전히 살아있음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들의 행복한 안녕을 빌어주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죽음의 공포보다 살아있기에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나는 빛이 된다.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춘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부신 기분이 무럭무럭 팽창한다. 

 

 

 

<라이온의 간식>을 만나면서 우리의 삶은 사라지는 빛이 아니였음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까지 찬란하게 빛났던 빛이 영혼이 되어 다시 빛나게 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생에서 열심히 살았으니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는 그런 삶... 내가 없어져 슬픈 게 아니라 잘 살았노라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삶... 나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잊을 수 없는 행복의 맛을 보여준 라이온의 간식은 어쩌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겨질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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