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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122/pimg_7466312433201444.jpg)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인간관계가 너무나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 가족이라는 관계로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학교 등의 작은 사회를 시작해 점점 큰 사회로 나아가는데 매번 실수를 하면서 성장하는 게 바로 인간관계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때문에 행복하고 누구때문에 상처받고... 우리는 이처럼 아픈만큼 성숙해 지는 것이다.
며칠 전에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가족때문에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이 있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면서 꽤 잘 나가는 업종에 경제적 여유까지 누리는 친구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조금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가족은 경제적 도움을 받으려했고 조심스럽게 힘든 상황이라 대답했더니 남보다 더 못한 언행으로 상처를 줬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거란 생각에 상처를 받았던 모양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나는 덤덤히 이 문제는 너의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자신의 삶을 침해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며 배려가 당연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캑터스>는 상처받은 중년의 여성이 다시금 나를 마주하며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어떻게보면 중년이란 나이의 여성은 자기만의 고지식한 방식을 가지고 자신이 정한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더없이 작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멈추지 않는 삶을 이어가기에 관계맺음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단적이지만 아주 부드럽게 담아내고 있었다. 자~ 그럼 그녀의 사정을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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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독신의 길을 걷던 수잔... 그녀는 어느날 칼럼의 한 단락에 눈이 멈췄다. 결혼 생각이 없는 꽤 괜찮은 남성으로 식도락가인 여성을 찾는다는 광고였는데 당시 무슨 생각이었는지 수잔은 그에게 전화를 걸고 만다. 그들은 조건없이 즐길 것이며 감정이 생긴다거나 누구하나가 관계를 접고자하면 바로 정리하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관계를 이어온 지가 벌써 12년째...
그러던 어느날,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동생에게 엄마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능력이 없던 에드워드는 아픈 엄마를 돌본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와 지냈고 엄마가 사망 전에 유서를 써놨다는 얘기는 수잔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변호사로부터 받은 편지를 본 수잔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고 이에 이의제기를 하게 된다. 문제는 그 집에 롭이란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은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점... 모든 상황은 수잔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결코 이대로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던 수잔은 동생의 친구인 롭에 의해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선인장의 가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와도 같다. 이 가시조차 없으면 쉽게 무너지고 마는... 꼭 책 속의 주인공 수잔과 같은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가시를 붙이고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했던 그녀는 나약한 내면과 무수히도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해야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처럼...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면 안돼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고 지금의 그녀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 같다.
마지막 그녀가 몰랐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벼랑끝에 서는 듯 했지만 역시나 흐트러지지않았던 내면의 힘은 그녀를 다시금 일어서게 했다는 것... 읽는내내 쉼없이 그녀의 삶을 응원하게 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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