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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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쁜 책에 섬뜩하게 걸려있는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귀여운 망토소녀 빨간 모자가 홀로 여행을 떠났다는 것 자체도 기겁할 노릇인데 누군가를 처단하고 자기 욕망에 빠진 범죄자들과 만난다니... 이런걸 '웃프다'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좋아하는 장르소설이라 기쁘고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예쁜 이야기를 잔혹 동화로 변신시키다니 슬프기도 해서 말이죠.

얼마전에 '마녀'란 책을 읽으며 명작동화의 원작에 대해 독서토론을 하며 다양한 해석으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고 한 적이 있어요.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도 마찬가지로 어리고 여린 소녀가 남몰래 지녔던 내면의 악한 모습을 드러내며 범죄의 주인공이 되는 이 이야기 또한 열띤 토론의 장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을 얻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내 한다거나 남이 가지고 있는 것에 시기를 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위한 끊임없는 욕망은 결국 관계에서도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답니다.

이 책 속에는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냥팔이 소녀 이렇게 네 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여기서 잠깐...!!

책을 펼치기 전, 표지를 벗겨보면 빨간 모자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모종의 치밀한 준비작업을 하는 비밀이 들어있어요. 읽는내내 이 무기는 도대체 언제 사용하는거지?라며 내심 기다리게 되는 기분좋은 자극도 주고 있답니다.

 

 

 

 

이미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로 만났던 작품은 일본의 옛이야기를 각색해서 출간되었으나 그들의 전래동화가 우리에겐 생소한 이야기였다고 해요. 그래서 모두가 아는 명작동화를 통해 새로운 잔혹스토리를 펼치는데 바로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랍니다. 원작을 그대로 살렸지만 결코 당하고만 살진 않겠다는 듯 치밀하고 거침없는 범죄를 계획하게 되는데 영악하고 기발한 소재에 벌어진 입은 쉽게 다물지 못 할 겁니다.

빨간 모자가 여행을 떠나 처음으로 만난 친구는 바로 누더기 옷을 입고 냇가에 앉아있던 신데렐라였어요. 엉터리 마법사 바바라의 도움을 받아 무도회로 가던 중 길 한가운데 쓰러진 남자를 발견했고 이마에 말발굽이 있어 괜한 오해를 살까봐 시체를 유기하고 말지요. 어쨌든 왕자의 선택을 받은 신데렐라는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빨간 모자의 여행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의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고 계모와 함께 마녀의 금화를 가져가기 위해 다시 찾은 그곳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달콤한 밀실의 붕괴'... 물레바늘에 손을 찔려 백년간의 잠에 빠진 오로라는 치정 관계에 얽힌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잠들어 있는 '잠자는 숲 속의 비밀들'... 성냥팔이 소녀는 나약한 아이가 아닌 베테랑 사업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녀여, 야망의 성냥불을 붙여라'... 이 모든 이야기 속엔 독자의 상상을 무수히도 넘나드는 반전에 반전을 더했답니다. 어쩜 이렇게까지 우리의 어린이들을 망가뜨리나... 할 정도로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하고 살 바엔 그냥 남들이 뭐라하든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그렇다고 책 속의 인물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꿈 꾸는 무언가와 진심으로 맞서라고 말이죠. 빨간 모자는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담보로 돈을 벌기에 급급했던 성냥팔이 소녀를 용서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소녀가 꿈 꾼 작은 불꽃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 뭉개져야 할 것들이 아니였거든요. 추워지는 날씨에 소녀를 통해 더 오싹한 날을 보냈던 잔혹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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