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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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는 허영심이란 결핍에서 나오는 모순된 행위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가족이란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나름의 최소한 규칙을 정하고 상황에 따라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 그리고 그와 자녀를 뒷바라지 해야 하는 어머니, 나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자식들... 말로는 쉬운 듯 하지만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하나 잘못된 길로 빠지거나 병들어 아프다면 가족의 평온함은 그야말로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된다.

그럼 조너선 프랜즌의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 평하는 <크로스로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종교와 인종차별, 그리고 자기연민에 의한 죄책감 등을 보여주면서 가족이 모르는 나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경계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표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 화목한 가족이라도 한 순간에 가족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어느 한순간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책을 펼치기에 앞서 가족이라는 전제를 접어두고 가족공동체가 아닌 저마다의 다른 인격체로 두고 만나기를 추천한다.

 

 

 

미국 시카고 교외의 마을... 러스 힐데브란트 부목사는 이혼녀 매리언과 결혼해 네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거의 가족과도 절연상태에 있었기에 권태감을 느꼈지만 최근 남편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프랜시스 코트렐 부인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목사로서의 자질이 의심되지만 그는 쉼없이 기도하며 감정을 떨궈내려 하고 있다. 그의 아내 매리언은 보기엔 평범한 사모처럼 보이지만 과거 엄청난 사건으로 정신과의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신과 닮아있는 아이가 너무나 아픈 그녀는 철저하게 가면을 쓴 생활을 이어간다.

그리고 첫째 클렘... 성격에 모나지않고 유순했던 그가 여자친구를 만나 쾌락에 빠져들고 자제력을 잃은 채 목적없는 삶에 무너졌고, 최고의 인기녀에다 부모에게서도 인정받는 베키는 겉으로 드러나지않는 열등감에 빠져있다. 인정하면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눈이 갔던 페리는 마약에 빠지면서 스스로를 망가뜨린데, 천재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삐뚤어짐을 바로잡지 못해 착하게 살겠다는 사소한 규칙마저 어기고 만다. 아직 어린 막내 저드슨은 그저 가족 모두 행복하길 바란것뿐...

 

 

 

주님은 바로 그런 식으로 일하셔.

그분이 우리를 돌보는 방법이 그거야.

우리가 서로를 돌보게 하시는 거지.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거부하면,

천사를 거부하는 것일지도 몰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신에게 의지를 내어 맡긴 한 가족의 몰락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감정의 흔들림으로 영혼없는 삶은 서서히 물들었고,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그렇게 무너져 갔던 것이다. 과연 누구를 탓 할 것인가?? 목사의 가족이니 가난하고 아픈 자에게 내 모든 것을 내어주고 베풀어야 한다고 배웠겠지만, 당연히 안전하고 편안해야할 가족울타리가 그 안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이 아닌 그들이 가난했고 나약했으며 아팠던 것인데...

우리는 현재 매스컴을 통해 가족의 붕괴를 많이 봤고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도 소중하지만 바로 곁에 있는 가족에게 무심한 나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결국 회귀본능처럼 다시 돌아올 곳은 내 가족밖에 없으니까...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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