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에 자주 놀러오는 아이의 친구가 있다.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기발하게 논다. 가끔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하지만 내 아이도 별다를 바 없으니 그정도는 그냥 못들은 척 넘어가 주기도하지만... "너희 엄마 뭐 좋아하셔?"라고 묻고는 생일날 커피믹스와 쿠키를 들고와 생신축하드린다며 부끄럽게 전하는 심성착한 아이... 하지만 문득문득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가끔 제시간에 귀가하지않는 날이 여러번 지속되었던 어느날, 머뭇거리는 아이에게 저녁을 먹고가라고 권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시도했다. 역시나 그 친구에겐 어두운 가족사가 있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나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손도 내밀어 줘야지 어쩌면 이렇게도 추악한 현실과 마주하고 고통받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위에 도움받을 곳도 없고 피할 곳도 없어 그저 신이란 존재를 찾을뿐인데...

<나의 신>은 우리가 알고있는 하느님이 아니다. 직접 만날수 있고 대답도 들을 수 있는 '신'과 같은 아이... 고민을 말하면 마음 가득 공감해 주고 철저히 분석해 해결까지 해주는 아이가 있다. 그날도 그렇게 '신'에게 물었고 '신'이 대답을 해 주었다. 죽여도 된다고...

 

 

 

 

얼굴색 하나 바뀌지않고 차분하게 사건을 추리하는 해결사 미즈타니 군... 우리는 그 소년을 신이라 부른다. 고작 5학년이지만 문제를 직시하는 능력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따스함, 순간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은 과연 놀랍다. 사토하라가 할아버지 댁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벚꽃차를 깨트렸을 때도 신이 해결해 줬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운동장에서 미술시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그 애가 찾아왔다. 늘 정밀화를 그리며 그림의 세계에 빠져있는 가와카미는 매일 술에 취해 파친코에 들락날락 거리는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소녀의 집을 찾은 신과 사토하라는 거실 한가득 어지럽혀진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예감하게 된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방치된 소녀는 사실 아버지를 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죽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날 이후 가와카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부모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죽어서도 도망갈 곳이 없었던 소녀는 학교 도서관에 숨어들었고 소녀의 영혼이 깃든 '저주의 책'을 통해 친구들을 죽음에 내몬다는 이야기...

과연 이 이야기의 진실은 어디에 숨어있을지...

전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 사태는 부모라는 가면을 쓴 인간들의 추악함을 드러냈다. 부족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하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무참히 무너지고 망가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불행의 세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이의 심경은 어땠을까? 게다가 폭력에 시달리기까지 한다면?

위에서 고작 5학년이라 말한 이유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어린 아이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꽃처럼 피어난 아이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