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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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신에게 대꾸한 카인의 대답이다.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 신에게 드리는 제사에 카인과 아벨은 정성스레 제물을 내놓았지만 신은 카인의 제물은 받지 않고 양치기 동생 아벨의 제물만을 받았다. 화를 참지 못한 카인은 아벨을 죽였다. 신이 창조한 인간 아담과 이브에 이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조차 죄악으로 물들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킹덤>은 에덴동산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었다. 그곳 오프가르 농장은 그들의 왕국이었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감옥과도 같았다. 요 네스뵈를 말한다면 당연히 '해리 홀레 시리즈'를 연상하겠지만 스탠드 얼론으로 저자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그의 거침없는 무자비를 확인하기에 킹덤 하나로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에 세가지의 의문을 품고 시작하면 흥미와 재미를 더할수 있을 듯 하다. 첫번째,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두번째, 가족이란 이름으로 단단히 채워진 족쇄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그곳에서 일어난 죽음의 진실을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 했는지... 사실 이뿐만아니라 수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가장 큰 과제가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의 의문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좋은 점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거지.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우린 가족이고,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라고... 20년 전인가... 매번 아버지의 총을 들고 사냥을 하러 나갔던 동생 칼이 실수로 개를 쐈다. 피흘리며 헐떡이던 개를 보니 더이상 가망이 없어보여 보내주기로 했다. 아버지의 사냥칼로...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두 형제는 아버지가 우리의 왕국이라 불렀던 오프가르 농장의 주인이 되어 우애를 다져간다. 동생 칼은 타국으로 떠나 공부를 했고, 나 로위는 오스의 주유소를 운영하며 은둔자와 같은 생활을 했다. 그렇게 15년만에 돌아온 칼... 칼은 그들의 황무지 땅에 호텔을 짓겠다는 포부를 안고 자신의 아내 섀넌과 함께 고향에 돌아왔다. 훤칠한 외모와 개방적인 성격으로 인기가 있었던 칼의 귀환환영회는 새로운 왕국의 건설이라는 빛과 베일에 감춰졌던 어둠의 과거를 공존하면서...

과거 그들 부모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로위와 칼을 대면한 경찰은 석연치않은 의심을 품게 되었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모든 문제들이 형제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칼의 귀환은 쿠르트 올센에겐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바로 행방불명된 경찰의 아들, 그도 경찰이다. 두 형제가 감춘 잔인하고 추악한 진실의 시작... '프리츠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없었던 가족... 사랑하는 가족이란 족쇄를 채워 거침없이 행해졌던 극악무도한 행위들에 어린 형제들은 아늑한 집이 아닌 어두운 감옥에 버려졌던 것이다. 동생 칼의 불행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형 로위... 겹겹이 쌓인 죄책감에 감정없이 저질렀던 살인은 완전범죄를 만들어낸다.

스릴러의 제왕이라 일컫기에 한치도 의심할 수 없었던 반전스토리에 몰입감은 당연 최고였다. 동생을 위한 끊임없는 희생... 형의 희생이 너무나 당연했던 동생... 저자는 책속의 인물들에게 끝까지 자비라는 걸 베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독자에겐 가족이란 무기를 쥐어주고, 주인공을 보이지않는 벼랑 끝까지 몰아넣고 연민의 감정 또한 느끼게 하다니... 나도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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