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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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우리나라 웹툰과 웹소설이 중국의 콘텐츠 플랫폼에 진출하면서 자체적 검열을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반중에 대한 제재를 하며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하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뜬금없는 소리란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과거 창작의 표현을 국가에서 제지했다고 하면 현재는 글을 읽는 독자와 시민이 자유롭게 평을 하며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실정인데 여전히 이러한 잔해가 남았다는 말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국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산주의나 제국주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당국의 작가가 출간한 책을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기까지 했다.

<일몰의 저편>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탄압을 담아내고 있다. 국가에 대한 비방, 체제비판, 잔혹한 범죄나 외설 등의 글을 쓰는 작가를 감금시키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회유시키는데 마치 마루타인것 마냥 소름돋고 오싹하기도 하다. 책 속의 내용을 보자면 이 문제가 꼭 그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성애소설을 쓰는 작가, 마쓰 유메이(본명 마쓰시게 간나)는 자취를 감춘 고양이 간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 시민이 국민이 되고 모든 일에 있어선 국가가 우선시되며 자유는 국가로부터 나오니 절대적 권력을 지닌 국가에 아부를 해야하는 상황에 마쓰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고양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총무성 문화국 문화예술윤리향상위원회'라는 곳에서 소환장이 날라왔다. 읽어보니 이곳은 독자의 제소를 심의하는 곳으로 사정청취를 위해 출석을 하라는 요구였는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런 단체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찾아간 지바현의 바닷가 도시건물... 그녀는 결국 그곳에 감금되고 마는데... 마쓰는 사정청취와 그에 관한 강연을 들을 목적으로 찾았지만 그들은 국가의 윤리를 논하며 그녀의 작품이 외설적이고 심각한 폭력을 다루고 있어 사회에 문제가 된다는 말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라고 강요한다. 그들의 말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창작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마쓰는 반항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회유가 강제가 되면서 암흑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빛을 잃어가는데...

매년 수많은 장르의 책들이 출간되지만 독자들이 만나는 도서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않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책 좀 읽는다는 독서인들은 저마다 관심있는 장르의 도서를 읽을텐데 그마저도 검열되어 나온다면 아마도 책 읽기를 멈출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있기에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서 창작하여 글쓰기를 제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모순된 행위가 아닐까싶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책을 읽는데 검열되어 나온 책이라면 읽는 목적 또한 모두 같아야 된다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 놀라운 점은 제국주의에 속한 저자가 체제를 비판하는듯한 이 책을 세상에 내놨다는 것이다. 세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직시하며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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