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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보불전쟁은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투로 독일사에 등장했던 나라가 바로 프로이센이다.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소개한 <패주>는 번역만 3년이 걸렸고 감추고 싶었던 패배의 진실을 드러내는데 그만큼 오랜시간이 걸렸다. 1891년에 쓴 이 작품은 전쟁이 끝난지 고작 20년이 지났기에 현장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고, 당시 스당 시민을 찾아 직접 인터뷰를 했으며 병사들의 기록노트를 수집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의 소설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광기에 물든 전쟁은 참혹한 파멸을 맛보게 했고 패전이 주는 암흑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군은 베르사유 궁을 점령하고 황제 나폴레옹 3세를 폐위시킨 후 제 3공화정을 수립한다. 이에 시민군의 파리 코뮌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정부와의 갈등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피의 일주일'의 참혹한 살육이 벌어지고 만다.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재 병사의 수는 1만 2천명... 전쟁을 위한 고된 행군은 암울하고 불안을 예견하는 듯 했다. 106연대의 지휘관 부르갱 장군의 수하로 장 마르크, 모리스 르바죄르, 루베, 라풀, 오노레 등의 군사는 전쟁을 위해 집결 중이다. 이 중 장 마르크는 39살의 농사꾼으로 106연대의 하사로 재입대를 했고 모리스는 변호사로 지원입대를 했다. 현장의 부족한 물자는 무능한 사령관을 탓했으며 배운 것 없는 농사꾼을 상사로 모시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모리스는 한동안 장과 대적하게 된다.
한편 자도바 전투이후 더욱더 강성해진 프로이센군은 정복의 열정이 더해갔고 이에 반해 프랑스는 낡은 제정에다 뿌리까지 썩어빠진 권력자 탓에 전력이 쇠퇴해져 간다. 가장 큰 문제는 106연대가 적군과 한번도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주의 길로 나섰고 자국의 굶주린 군사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계속되는 패전에 스당으로 집결하게 된 그들은 전투의 요충지인 그곳을 지키려 했고 나폴레옹 3세도 백성의 시체 위에서 영웅적으로 전사하라 외치지만 현장은 거짓된 정보와 내부 갈등으로 거듭된 패전의 흔적만 남고만다. 불굴의 의지로 베고 또 베어내도 끝없이 나타나는 프로이센군과의 대격돌은 고난과 역경의 몸부림과도 같은 싸움이었지만, 그럼에도 살육의 현장에서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들과의 아픈 우정은 읽는내내 떨리는 슬픔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생생하게 그려낸 피의 전장... 정말이지 소름끼치도록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 전쟁의 추악함을 그려냈다.
현재 세계가 움직이는 동향을 보면 왠지 전쟁의 서막이 열릴 듯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만을 도모하며 공동의 삶을 무시한 척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오래된 내전으로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슬람...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항복으로 더이상 미군이 주둔하기 어려운 실정에 결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그곳에서 빚어진 남겨진 이들의 참혹한 현장은 거침없는 폭력이 난무하면서 인권유린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복군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원하는 이는 떠나도 좋다는 요구를 들어주는 듯 했지만, 현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암흑의 연속이다. <패주>는 전장의 실상을 보여주며 아픈 역사를 반복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전쟁의 끝은 결국 폐허뿐이기에...